- 행동으로 국민신뢰 회복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능 조정에 불과한 조치를 혁신이라고 강조한 것은 쇄신 의지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국기업연합회'로의 명칭 변경과 조직·예산 축소를 골자로 한 전경련의 혁신안(본지 지난 25일 자 9면 보도)을 놓고 지난 2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낸 논평 중 일부다. 경실련의 비판은 "전경련이 간판만 바꾸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전경련은 허창수 회장이 직접 나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단체로 재탄생하겠다"며 대대적인 쇄신을 약속했으나, 혁신안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경제단체'로 거듭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우선 '조직·예산의 40% 이상 감축'은 최대 자금줄이었던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의 탈퇴로 회비와 조직 규모 등의 축소가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쇄신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정경유착의 근절 방안으로 제시된 '사회본부 및 사회협력회계 폐지'도 마찬가지다. 전경련은 "앞으로 민간재단 등의 모금 활동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국회를 대상으로 한 전경련의 의사소통 기능이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어서 이번에도 '말로만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민사회단체는 전경련의 혁신안 발표에도 '정경유착의 완전한 근절'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경유착의 수단이 사회협력 말고도 다양한 형태로 얼마든지 모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전경련은 역대 정권에서 정경유착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결과는 말뿐이었다.
전경련은 '해체' 대신 조직 유지를 선택했다. 전경련의 국민적 신뢰 회복은 자신들 스스로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간판만 바꿔 달았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전과 차원이 다른 강력한 쇄신 의지를 국민에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