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에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금융통계부장은 교체됐고, 금융통계팀장은 직위해제, 경제통계국장과 금융통계팀 과장은 엄중경고가 내려졌습니다. 한은이 발표한 통계에 오류가 있었던 데 대한 문책성 인사 조치였습니다.

발단은 지난 9일 한은 금융시장국이 '2월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시장 동향의 마지막 7페이지에 참고 자료로 '1월 말 예금 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가 첨부됐습니다. 이 집계를 담당한 것이 경제통계국입니다.

문제가 된 것은 이 통계 중 '상호저축은행의 1월중 가계대출' 항목입니다. 전월보다 9775억 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증가폭이었습니다. 한 달 전 증가폭(4378억 원)보다 배 이상 큰 수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을 한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이 통계는 참고자료로 경제통계국에서 작성한 것이라 정확한 문의는 그쪽에 하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후 해당 수치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옵니다. 저축은행 측이 원래 기타대출로 분류됐던 영농 자금 같은 영리 목적 가계대출 4692억 원을 가계대출에 포함시키면서 수치가 불어나게 됐다는 겁니다. 이 부분만 제외하면 사실 증가액이 전 달과 비슷한 수준이 되는 셈이죠.

한은 측에 따르면 통계를 작성할 당시 한은 실무자는 저축은행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기준이 변경돼 수치가 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담당 부서는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통계를 공표해버린 겁니다. 기준이 바뀐 걸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는 '저축은행 가계대출 급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 '뇌관'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결국 통계 발표 오류에 대해 한은 이주열 총재가 "한은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라며 인사 조치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놓는 것으로 일단락이 됐습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damned lies), 그리고 통계."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일갈입니다. 통계는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자의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9일 브리핑이 끝난 후 점심을 함께 했던 한은 공보실 관계자 역시 통계의 위험성을 지적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은이 수동적으로 통계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놓는 숫자 하나하나가 시장에 큰 메시지가 된다는 것을 되새겨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