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부산 경제는 조선업, 해운·항만업의 위기 때문에 휘청대고 있다. 부산 경제는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을까. 제조업,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제조업 기반을 탄탄하게 하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부산 경제가 올라탈 수 있을까. 본지는 지역경제 살리기 프로젝트인 '제조업 르네상스-부산 경제 다시 살리기'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 부산 인구 전국의 6.7%…제조업 비중 2.8% 그쳐
- 경기부진·조선불황에 협력업체 잇단 도산
- 제조업 기반 튼튼해야 임금 안정, 양극화 줄여
- 獨, 인더스트리 4.0으로 기계 전자 IT 융합해 새로운 업종 창출 추진
- 부산테크노파크 등 핵심기관들 머리 맞대 새 플랫폼 만들어야
- 관 주도 하향식 아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과제 지원도 필요
부산시가 규정한 기간산업에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업 ▷조선 및 조선기자재업 ▷기계 ▷항공 ▷신발 ▷섬유 등 6개 업종이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도 부산의 주요 업종을 조선기자재, 자동차부품, 전기·전자, 철강, 화학, 섬유·신발로 분류한다.
종합하면 부산의 주력업종은 제조업이고 그중에서도 조선기자재업,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업이 핵심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지역의 항공산업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김해공항 확장, 무인기(드론)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유망 업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의 주력산업
부산 제조업의 현실은 초라하다. 전국 인구의 6.7%를 차지하는 부산은 제조업의 전국 비중은 인구 규모에 턱없이 모자란 2.8%(2014년 말 출하액 기준)에 불과하다. 부산 제조업의 부가가치도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전국 1000대 기업(2015년 매출액 기준) 가운데 부산 1위 기업은 르노삼성자동차였는데 전국 81위에 불과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인근의 울산·경남과 비교하면 지역 산업 구조는 중소·협력업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최근 경기 부진의 영향을 원청업체보다 더욱 크게 받으며 독자적인 성장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IMF 외환위기 때 한국 경제는 대기업의 위기였고 대기업이 회생하면 회복가능한 구조였지만 현재는 대기업을 떠받치고 있는 1차, 2차 협력업체들이 쓰러지고 있다. 이 업체들이 쓰러지면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부산의 제조업체들은 사업다각화나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활로 대신,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위기를 극복해도 더 큰 위기가 나타나는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답은 없을까
한국과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 기반이며 높은 임금, 중국의 추격 등이 위협요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제조업이 살아야 내수, 소비가 촉진돼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 이항구 위원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데 제조업이 튼튼하면 사회의 양극화를 막는 효과가 있다. 서비스업을 하더라도 제조업과 관련된 서비스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역시 2011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고 그 돌파구로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을 추진했다. 기계, 전자, IT를 융합해 새로운 업종을 창출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 기반이 튼튼해지는데 더해 제조업, 서비스업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융합 산업으로 바뀌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미래의 물결'의 저자인 한국개발연구원 김인숙 초빙연구위원은 "부산의 중소기업들이 여력이 없다면 부산테크노파크,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각 기관과 각 업종의 대표자들이라도 한곳에 모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두 달 집중적으로 워크숍을 열어 가능한 사업 모델부터 잡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플랫폼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모여 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각자 실무그룹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최근 촛불집회처럼 국민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고 온·오프공간에서 대화하며 실시간으로 변화를 일궈내는 공간도 일종의 플랫폼이다.
부산에서도 관 주도의 하향식 사업 지원 모델이 아니라, 상향식 사업 모델 발굴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부산시기계공업협동조합 정용환 이사장은 "정부나 부산시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면서 지금처럼 공모 과제를 정해놓고 거기에 응모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부산테크노파크 인력들이 업종별 조합에 파견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 과제들을 발굴,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