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가 수출·투자·내수 등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부진을 겪는 데 이어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의 '예상 밖 승리'라는 최대 악재까지 만나 대혼란에 빠졌다. 더욱이 다음 달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의 경제 둔화 장기화, 국내 정치적 리스크 확대 등 대형 변수가 곳곳에 있어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과 맞물려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경제당국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 |  |
|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사진=AP 연합뉴스 |
9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당장 우리 기업의 대미 무역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수출이 20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미국의 이 같은 조처까지 직면하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대다.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의 경우 해당 비중은 14.7%(올해 1~9월·1위)로 대중국 수출 비중(11.8%·2위)보다 높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줄기차게 강조해 온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도 현실화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미국의 대선 결과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발생한 각종 악재에 장기간 시달리거나 새로운 악재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미국이 자국의 정책금리를 다음 달 올리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수정과 주식시장의 자금 이탈은 피할 수 없다. 당장 코스피는 전날보다 45.00포인트(2.25%) 떨어진 1958.38로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주요 대기업의 경영 위기와 올해 말 1300조 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가계부채,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내수 부진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지연 가능성 등도 악재로 꼽힌다. 여러 리스크가 모여 경제가 대혼란에 빠지는 '퍼펙트 스톰'을 맞는 셈이다.
이 같은 총체적 위기 탓에 국가의 부도 위험 가능성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지난 4일 46.36bp(1bp=0.01%포인트)까지 높아졌다. 이는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국가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9월 9월 수치(42.50bp)를 웃도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금융시장 관련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대응체제 구축에 착수했다. 유일호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의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대내외 불안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경제부처가 한팀이 되어 비상한 각오를 하고 일사불란하게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