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저가공세로 한때 애로
- 60개 요건 등 법 엄격해져 '아찔'
- 공장가동 중단하고 연구 매진
- 미끄럼·낙하 방지 소재 개발
- 6개 특허에 10개 출원 심사 중
완구 업계에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지난 6월 본격 시행한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어린이제품법)' 때문이다. 이 법은 유럽의 안전 기준을 국내 업체에 적용해 유통하도록 한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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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비즈 직원들이 보행기 조립을 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보행기 제조업체 비비즈는 한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연구개발에만 매진한 끝에 드디어 높은 문턱을 넘었다. 보행기 제조업 사이에서는 최초이며, 법 기준을 충족한 유일한 업체다. 매끄러운 테이블 위를 달리던 보행기가 떨어지지 않고 멈춰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기술은 비비즈 정종락(68) 대표의 뚝심 때문이다.
■비비즈, 작지만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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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락 대표 |
직원 수 14명.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의 작은 공장 '비비즈'에는 몇몇 직원이 보행기 제조를 위한 조립을 하고 있다. 1층 금형 기계에서 보행기 틀을 만들어 2층으로 올리면 직원들이 보행기를 직접 조립한다. 기계와 인간이 절반 정도의 비중으로 작업하는 구조다.
매출액 15억 원가량의 비비즈는 10년 전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서 한차례 어려움을 맞더니 최근에는 제품의 안전 규정을 대폭 강화한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때문에 또다시 고비를 맞았다.
정 대표는 "10년 전 중국산 제품 때문에 같은 업종 10개 중 8개가 문을 닫을 정도의 위기를 맞았다"며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 골몰하던 시기에 갑자기 안전 규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정부 발표에 심장이 멎을 뻔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던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어린이제품법은 무려 60개 정도의 규정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규정했다. 2년 전 입법 예고를 거쳐 지난 6월 4일 본격 시행됐다. 제품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의 양은 물론이며, 보행기 다리 각도 규정, 보행기의 완구를 꽂기 위한 구멍 크기 등 아주 세부적이다.
정 대표는 공장장을 불러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연구를 거듭했다. 금형 기계를 바꾸고 이 규정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밤을 지새웠다. 들어간 비용은 4억 원. 기계공학 교수를 찾아가며 수백 번의 실험을 거쳐 법에 맞는 보행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기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니,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떨어지지 않는 보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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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하하지 않는' 보행기의 비법인 고무 소재. |
산업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어린이제품법에서 정하는 규정에 따라 업체들의 제품을 직접 평가해 시중 유통 여부를 허가한다. 비비즈는 평가원의 시험을 통과한 유일한 업체다.
정 대표는 평가원의 시험장을 그대로 재현해 보행기 실험을 했다. 매끄럽게 표면 처리한 나무 테이블 위에 보행기를 올려놓는다. 테이블에는 선이 그어져 있는데, 보행기의 출발선이다. 테이블의 끝에는 철골 구조물이 이어져 있다. 방법은 3세 아동의 몸무게인 7.65㎏의 추를 보행기에 아이처럼 앉힌다. 이후 철골구조물 끝에 3.5㎏의 추를 매단 뒤 보행기와 연결, 자유낙하 시킨다. 아이가 보행기를 타고 가장 빠른 속도를 달리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비비즈가 만든 보행기는 놀랍게도 빠른 속도로 달린 끝에 테이블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보행기 앞바퀴가 테이블 아래로 빠진 직후다.
비법은 'UFO'처럼 생긴 보행기 아래의 고무 소재다. 화학 처리해 직접 만든 '고무 같은' 소재는 가장 미끄러운 장소에서도 엄청난 마찰력을 보이며 보행기의 낙하를 막는 역할을 한다. 이 소재를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영업 비밀이다.
아이가 보행기를 타고 움직이지 못 하게 하는 안전장치 역시 실험 끝에 얻은 값진 재산이다. 보행기 뒤에 버튼처럼 누르면 땅에 고정되는 구조다. 법에 따르면 이 안전장치는 1분 동안 5㎝ 이상 움직이면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비비즈의 보행기는 법이 정한 높은 벽을 뛰어넘었다. 다른 업체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처럼 생긴 안전장치 역시 정 대표가 실험을 거듭한 끝에 특별한 비법으로 가공했다. 다른 업체는 쉽게 따라 할 수 없다.
■터널 지났다
중국산 저가 제품도, 국내 경쟁 완구업체도 당분간은 비비즈가 만든 보행기의 아성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을 전망이다. 어린이제품법의 규정을 통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정부와 업체 사이에 여러 차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규제가 까다롭다는 업체의 불만을 정부가 받아들이려 할 때 법대로 하자며 배짱을 부렸다"며 "이미 엄청난 비용을 들인 데다 실험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든 까닭이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평가원과의 두 차례에 걸친 시험에서 합격해 당분간은 타사와의 경쟁 없이 보행기를 유통할 수 있는 자리를 얻었다.
비비즈는 보행기, 유아용 변기와 욕조에서 6개의 특허를 가진 업체다. 정 대표는 언제나 공장장과 함께 뚝심 있게 연구를 거듭했다. 현재 출원 중인 특허는 보행기에만 10개에 이른다. 이 회사에서 만든 모든 제품은 어린이 유해 화학물질(프롬알데히드 등 6개 화학물질)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비비즈의 제품은 국내 대형 유아용품점에서 살 수 있다. OEM 방식으로 납품 중이지만, 이번 보행기 개발로 앞으로는 자체 유통망도 만들어갈 예정이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