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 미적거리다 입장 선회
- 규모 확대 등 추진 가속도

- 창조센터 지원 대폭 늘리면
- 지역 기업·스타트업 수혜 전망

- 진척없는 롯데타운도 주목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부산관광단지의 핵심 시설인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하는 롯데그룹이 투자금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참여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거나 사업 규모 축소의견을 내놓는 등 그동안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던 롯데 측이 테마파크 사업 추진에 무게중심을 두게 되면 사업 진행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GS·롯데 컨소시엄이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 중인 동부산관광단지 전경.

26일 부산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GS리테일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롯데월드(호텔롯데) 측은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투자금 규모를 늘려 잡기로 했다. 현재 그룹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투자금액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다음 주 중으로 투자 확대 여부를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GS·롯데 컨소시엄은 현재 부산에 기반을 둔 현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법인 지분은 GS리테일 25%, 롯데월드가 포함된 호텔롯데 19.5%, 롯데쇼핑 5% 등이다. 테마파크가 조성되면 SPC가 사들인 놀이기구 등을 롯데월드가 임차해 사용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는데, 롯데가 투자금을 늘리게 되면 임차에 필요한 금액을 좀 더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애초 컨소시엄은 지난달 SPC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롯데의 투자 확대 규모가 정해져야 법인 설립에 필요한 기업결합신고 등을 할 수 있어 법인 설립은 다음 달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월드 측은 부산도시공사를 통해 "투자금액 확대는 현재 공모 중인 디자인이 어떤 것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롯데의 움직임을 전향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롯데월드는 지난해 컨소시엄 구성 뒤 부산도시공사와 테마파크 조성 협약을 하기로 했지만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공식적으로 사업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가 번복했다. 또 올해 초에는 애초 계획된 테마파크 놀이시설의 절반 이상을 줄이는 대신 정원형 놀이시설로 대체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롯데의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해 고민했는데, 이제는 투자를 늘리겠다고 하니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5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대규모 투자 및 고용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 혁신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동부산관광단지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진행하는 여러 건의 대형 투자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 중구 중앙동 옛 부산시청 터에 진행 중인 부산롯데타운 건설 현장. 국제신문DB

우선 롯데가 운영하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활성화가 꼽힌다. 롯데는 이 센터를 통해 지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고, 스타트업도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 부산 중구 중앙동 옛 부산시청 터에 진행 중인 부산롯데타운 사업도 경영 혁신안의 영향을 받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1995년부터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2013년 완공을 목표로 2009년 2월 기공식까지 했으나, 7년 넘게 터파기만 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감동훈 롯데그룹 대외협력단 부산센터장은 "부산지역의 여러 투자 사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컸으나,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경영 혁신안이 발표되면서 사업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지역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업뿐만 아니라 고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비정규직 근로자 1만 명을 앞으로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유통계열사 5000명, 식품계열사 3000명, 금융 및 기타계열사 2000명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부산지역 롯데 계열사에 근무하는 직원 중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상공계는 이번에 발표된 롯데의 경영 혁신안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은 "롯데는 부산과 밀접한 대기업인 만큼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확대 계획이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욱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