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급 해운거래센터서 분리
- 해상운임 선도거래 기반 조성
- 선사·화주 미래 불확실성 해소
- 해양파생상품 등 개발도 탄력
- 20년간 국부유출감소 1960억
- FFA 시장 2조800억 등 예상
- 동북아 해운거래중심지 '밀알'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로 한국 경제가 송두리째 휘청였다. 특히 부산은 부산항을 이용하는 환적화물이 대거 이탈할 경우 연간 수천억 원대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2대 국적선사의 해운동맹 환적화물을 50% 줄이면 부산항의 항만 부가가치는 1641억 원이 사라지고, 1247명의 일자리도 없어지는 등 지역경제에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대한항공에 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까지 하역비 지원에 나서면서 한진발(發) 물류대란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남긴 상처는 우리 경제 전반에 두고두고 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까지 '해상 운임 선물거래소'(이하 해운거래소)를 부산에 설치할 계획이다. 국제 유가·교역량이 변할 때마다 '널뛰기'를 되풀이하는 해상 운임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고 연관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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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선급 전경 |
■해운거래소 설립 박차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부산에 해운거래소 설립을 위해 올해 하반기까지 해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해운거래소는 화물, 운임 등이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지 다양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선투자할 수 있도록 거래소 기능을 하는 곳이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해운거래소는 영국에 있는 발틱해운거래소로 이곳에서 발표하는 발틱운임지수(BDI)는 벌크해운시황을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해수부는 우선 해당 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선급(KR) 내에 있는 해운거래정보센터를 분리해 해운거래소형 센터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이를 통해 2018년까지 해운사(선사)와 고객(화주)이 중개업체를 끼고 운임과 관련된 선물을 거래하는 해상운임 선도거래(FFA·Forward Freight Agreement) 기반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가 시급하게 해운거래소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은 유가와 교역량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운임 널뛰기가 심각해 결국 한진해운·현대상선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판단에서다. 대표 운임지수인 발틱건화물지수 연중 최고치와 최저치를 비교해보면 평균적으로 약 1.6~2.1배 차이가 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는 최고치와 최저치가 17.8배나 벌어졌다. 하지만 해운거래소가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차적으로 운임의 급격한 변동을 헤지할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임 선물거래가 활성화되면 미래 가격에 대한 예측이 이전보다 정교해지면서 선사와 화주 모두 경영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며 "마치 원·달러 환율을 헤지하기 위한 금융상품이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운임선도거래 발판 마련이 핵심
해수부와 부산시는 한국형 해운거래소를 설립해 부산을 아시아 해운거래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운거래소의 밑거름이 될 해운거래정보센터는 해운법에 근거를 둔 비영리 특수목적 법인으로 확대된다. 현재 14명인 인원도 4개 팀, 50여 명 규모로 늘어나 해운시장 정보수집·분석, 운임지수·파생상품 개발 등의 업무를 맡는다.
센터는 2018년까지 해운기업지원 및 운임선도거래 기반을 조성한다. 한국형 해운거래소 설립을 준비하는 단계로 해운산업 조기경보시스템 구축해 운용한다. 선박가치평가 및 선박 도입에 따른 경제성 분석도 제공한다. 더불어 운임지수를 기반으로 한 운임 선도거래 등 해양파생상품도 개발한다. 이를 기반으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또는 북항 재개발 지역에 해운거래소가 설립되면 한국거래소(KRX)와 연계한 파생상품 청산중개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는 이에 앞서 설립 후 2년 동안 전문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2012년 12월부터 주간시황 리포트를 발간해 현재 1200여 개 국내외 업체와 단체에 배포하고 있다. 영문판과 중문판으로 동시에 발간하고 있다.
센터는 2014년 우리 정부의 '해운시장 조기경보시스템' 개발 기관으로 선정돼 각종 경제지표와 해운시황 정보를 바탕으로 해운산업의 위기를 선제적으로 감지해 해운업계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았다. 분기, 일일 리포트도 발간했다. 또 아시아 해운시장에 초점을 맞춘 해상운임지수 개발을 완료해 테스트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부산은 지식서비스와 금융, 법률 등의 분야는 여전히 유럽에 의지하고 있어 부산항이 동북아 해양수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운지식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해운거래소를 통해 항만도시로 고착된 부산의 이미지를 글로벌 해운거래 중심지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해운거래중심지 도약
해운거래소 설립 논의가 시작된 것은 7년 전이다. 2009년 1월 부산 국제해운거래소 설립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해 8월 남해안권 종합 발전 계회(안)에 국제해운구래소 설립을 반영했다. 그 결과, 2011년 8월 해운거래정보센터(MIEC)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운거래소 설립 논의가 진행됐다. 애초 2014년까지 해운거래소를 설립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의지부족·예산 등의 문제로 지연됐다.
그 사이 국내 해운선사 88개사가 문을 닫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다음 해인 2009년 21개사를 시작으로 매년 7곳에서 14곳의 해운선사가 폐업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약 7조 원의 경제 손실을 가져왔다. 부산지역 선사도 11개사가 폐업해 매출손실액만 2500억 원에 달한다.
부산시는 해운거래소가 설립되면 앞으로 20년간 국부유출감소 1960억 원, FFA 시장 2조800억 원, 산업 연관 파급효과 2298억 원, 고용유말 1451명 등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해운정보 확보 70억 원, 선박가치 평가 외화 유출 6억 원, 선박도입 경제성 분석 및 컨설팅 23억 원 등 매년 해외로 유출되는 비용 100억 원을 줄일 수 있다. 운임지수를 활용한 리스크 헤징으로 국적 선사의 경영 위험을 줄이고, 연평균 1040억 원 규모의 파생상품 시장이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부산은 아시아 해양·금융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부산이 기존의 인프라에다 해운거래소까지 갖추게 되면 다양한 연관산업의 발전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해양파생금융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틱해운거래소 등의 유럽 지수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정확성이 떨어지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의존할 수밖에 없어 위기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던 국내 해운업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