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대연동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오래된 2층 단독 주택. 정현숙(여·52) 씨가 에어비앤비 슈퍼 호스트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장소다. 이곳은 정 씨의 남편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살고 있는 집으로 현재 1층에는 정 씨 가족이, 2층은 게스트들이 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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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부산 남구 대연동 정현숙 씨의 집에서 딸 김현지 씨와 정 씨가 공유숙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최근 만난 정 씨는 "신혼살림을 시작한 집이라 부부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자녀들이 태어나고 자란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딸 김현지(27) 씨와 아들 광민(23) 씨는 엄마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남편도 묵묵히 도와준다.
에어비앤비 입문은 딸 덕분이다. 현지 씨는 "미국 등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만나게 된 외국 친구들을 집에서 한두 번 재워주다 보니 에어비앤비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정 씨는 해운대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관련 창업 강의를 들은 후 관련 허가를 받아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다. 딸이 에어비앤비 계정을 만들어 영어로 온라인 메시지를 보내면 정 씨는 구글 번역기 등을 활용해 게스트와 의사소통을 한다. 외국인 손님이 오면 손수 전통떡을 만들어 대접하는 등 한국인 특유의 살가운 정을 주면서 불과 2년만에 슈퍼호스트로 등극했다.
정 씨 집은 지금까지 중국 벨기에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수많은 나라의 여행객들이 거쳐 갔다. 정 씨는 "20대부터 60대까지 고객층이 다양하고 혼자 오는 개별 여행객도 많다"고 소개했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 넘게 묵었다 간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에어비앤비의 철학처럼 방문객들은 여행 기간 부산에 잠깐 살다 간다. 상업 숙박시설과 달리 안주인 정 씨는 게스트들에게 부산지역 향토음식과 동네 곳곳을 알려주고, 돼지국밥 밀면 자장면 치킨 등도 배달시켜 준다.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만 보던 한국 문화를 실제로 체험하게 돕는 것이다.
정 씨는 "미국이나 유럽 여행객은 꼭 동네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자른다"며 "고국에서는 커트비만 5만 원 정도를 줘야 하는데 부산은 미용실 가격이 저렴하다며 미용실을 데려가 달라는 여행객이 많아 필수코스처럼 되었다"고 말했다.
이달 출간된 '에어비앤비 액티브 시니어 인생호스팅-빈방으로 찾은 두 번째 청춘'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부산 대표로 정 씨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 책은 남은 방을 공유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50, 60대 국내 호스트 12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 씨는 "지금은 딸이나 아들한테 의지를 많이 하고 있는데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고 남편과 둘이 남게 되면 에어비앤비로 편안한 노년을 맞이하는 게 소박한 꿈"이라며 "따로 시간을 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 부산의 매력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