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철도박물관 건립을 위한 입지 선정을 놓고 부산 울산 대전 경남 등 전국 11곳의 지방자치단체가 벌이는 유치 경쟁이 과열되자 정부가 공모 방식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지자체 간 유치 경쟁 과열에 따른 갈등이 없도록 올해 안에 지자체 간 과열경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최종 입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2일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희망 지자체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통보했다.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희망한 지자체는 부산·대전·울산·세종·경기(의왕)·강원(원주)·충북(청주)·전북(군산)·전남(나주)·경북(포항)·경남(창원)이다.

국토부는 우리나라의 117년 철도산업 발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한국의 철도기술 경쟁력을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2014년 기본구상 용역을 벌인 데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최적입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지자체를 대상으로 후보지 수요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가 입지가 선정될 것을 고려해 플래카드를 붙이거나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유치 활동에 나서면서 경쟁이 과열됐다. 앞서 국토부 공무원 출신인 김성제 의왕시장은 지난 18일 시의회에서 "국토부가 기존 철도박물관을 잘 활용하도록 팁을 줬다"고 밝히면서 지역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김 시장의 발언에 대전, 충북 지역에서는 "불공정 경쟁"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국토부는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되면 앞으로 불필요한 지역 간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고 보고 공모 방식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에는 공모 사업으로 지역 갈등이 심화되면 '정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지난 2일 자 1면 보도)도 있었다.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과 함께 철도, 교통, 박물관, 도시계획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예정이다. 이어 국립철도박물관 건립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요건과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 선정 절차, 박물관 건립 이후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방식 등을 포함한 합리적인 대안을 연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을 리모델링하거나 1000억 원가량의 건립비와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옛 서울역사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시는 유라시아 대륙 철도인 경부선, 동해선과 동서 횡단 철도인 경전선의 시·종착점이 부산이고 한일 해저터널이 만들어지면 일본과 대륙을 잇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박민우 철도국장은 "지자체도 과도한 유치경쟁을 자제하고 국익 관점에서 대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국립철도박물관 지역별 입지 장점 부산 경부선, 동해선, 경전선 등 유라시아 대륙철도 기·종점 경남 창원 현대로템 등 철도산업의 메카 서울 수도 서울의 상징성 경기 의왕 철도기술연구원, 철도박물관 입지 대전 경부선과 호남선의 교차로, 코레일 본사 소재 ※자료: 국토교통부, 각 지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