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도도 광역시 6억·지방 3억
- 투자 심리 급속히 냉각 우려
- "실수요자에겐 기회" 의견도

올 들어 한껏 달아올랐던 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이 하반기에는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아파트 중도금 대출(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8일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부터 주택 분양자 1명이 같은 시기에 받을 수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 대출보증을 2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보증한도는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1인당 6억 원, 지방은 1인당 3억 원으로 제한한다.

그동안 HUG의 아파트 중도금 대출보증의 경우 보증횟수나 보증한도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이 때문에 분양시장에 투기세력이 몰려 분양권 불법전매와 청약통장거래, 다운계약서 작성 등이 횡행하면서 주택시장은 혼란을 겪었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내뿜은 부산의 분양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부산에서 분양한 200세대 이상 아파트는 모두 15개 단지로, 이들 단지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08 대 1에 달한다. 이들 중 계약 시작 후 일주일 이내에 100% 분양을 완료한 단지만 8곳에 이를 정도로 분양시장은 뜨거웠다. 분양권 전매 비율도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20% 이상을 기록했다. 집단대출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보니 너도나도 소액의 계약금만 갖고 분양권 시장에 뛰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집단대출 규제 강화로 당장 지역 신규 분양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금 대출 제한으로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청약 경쟁률은 떨어지고, 프리미엄(웃돈)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 미분양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중도금 대출 규제로 인해 가수요가 줄어들면 전반적으로 청약경쟁률이 하락하고, 100% 분양을 마무리하는 단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입지가 탁월하고 생활 여건이 좋은 단지만 겨우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단지는 미분양에 허덕이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그동안 투기세력으로 인해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돼 실수요자는 분양가보다 훨씬 비싸게 집을 구입하거나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집단대출이 규제되면 실수요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