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과 해운업이 동반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해운, 조선, 금융 전문가들이 모여 해운업과 조선업의 상생 발전을 모색하는 포럼을 처음 발족시켰다. 이들은 앞으로 국내 조선사가 정책금융으로 외국 대형 선사들의 대규모 선박 건조를 도와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의 정책금융을 이용해 국내 조선소로부터 싼 값으로 초대형 선박을 건조한 외국 선사들은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국내 선사들과의 경쟁력에서 앞서 나갔고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적 선사들은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주도로 해양수산부(해운업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조선업 주무부처),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선주협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선급, 해양종합금융센터, 한국해양보증보험 등이 참여한 '해운조선정책포럼'을 지난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족하고 첫 세미나를 열었다.
KMI 김성귀 원장은 인사말에서 "연간 12억t에 이르는 우리나라 수출입 해상물동량은 외국 선사의 비중이 더 많고 조선은 세계 1위이지만 그 가운데 국내 선사의 발주량은 10~15%에 불과하다"며 "우리 조선사에서 만든 고품질 선박을 국내 해운사가 활용해 고도의 해운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내수를 확대하고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KMI 김우호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조선 수주는 환경규제 대응과 에너지 운송 수요를 중심으로 내년 이후에 업황 회복이 기대된다. 조선기자재 국산화율이 90%인 상선(특수선 제외)을 건조하면 더 큰 부가가치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조선소는 수출 위주, 국내 해운사는 외국 조선소에 발주하고 있는데 해운사 선박 발주를 국내 조선소에 하도록 하면 조선업은 물론 조선기자재의 업황도 회복될 것이라는 게 김 본부장 설명이다. 그는 "국산화율이 20%에 불과한 해양플랜트는 향후 구조조정에서 기술개발에 주력하도록 하고 국내 화주(화물 주인)들이 국적 해운사를 이용하도록 유도해 해운-조선-조선기자재의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별 기업간 손실에 대해서는 산업당국이 과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금융종합센터 조규열 센터장은 "국내 조선소간 과당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조선해양사업정보센터를 설치할 방침이다. 이 센터를 통해 사업성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과도한 '헤비테일'을 막도록 하겠다. 최저 선수금율은 4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헤비테일(Heavy tail)이란 조선사가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수주할 때 선수금은 적게 받는 관행인데, 외국 조선사들이 선수금을 적게 내고 선박이 건조되면 배를 찾아가지 않아 국내 조선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참석자는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는 원래 대면대면했었는데 이 포럼을 계기로 상생발전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두 산업의 동반위기가 오히려 동반성장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