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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 내수위축 경제전반 충격파
- 엔저 겹친 수출기업에 숨통
- 가계빚·美금리인상 맞물려
- 당분간 추가 인하는 없을 듯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한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타격을 받은 투자나 소비심리 개선에는 미약하나마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메르스 영향 소비심리 위축 심각
금통위가 열리기 전날까지도 시장에서는 한은이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예상을 깨고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최근 메르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소비가 둔화되는 등 경기위축 우려가 커진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지난달 말부터 급격히 확산된 메르스 영향으로 해외 관광객이 10만 명 이상 입국을 취소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당장 큰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메르스 확산으로 얼어붙은 소비나 투자 심리 개선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그동안 엔저와 유로화 약세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은 우리 수출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지표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로 예정된 한은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하방요인이 생긴 것이 사실이어서 4월에 전망한 숫자(3.1%)보다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2%대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자소득자 생활은 더 팍팍
기준금리 인하로 1100조 원을 넘긴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초처금리 시대를 맞아 가계대출을 받아 주택 매매를 하려는 수요까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4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10조1000억 원 늘었다.
한 달 새 10조 원 넘게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올해 9월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돼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소득증가율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잠재적인 위협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리인하로 은행권의 예금과 대출금리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시장 상황을 보아가면서 예·적금 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퇴직자 등 이자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사람들의 생활은 한층 팍팍해질 전망이다. 현재 각 은행의 대표적인 예금 상품 금리는 2%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한은이 앞으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더 이상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 문제도 있는데다 미국이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 실제 이날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국채선물 가격은 오히려 하락(채권금리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금리 인하가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