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이 지난달 중순 이후 급속 이탈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사들인 5대 조선사 주식은 보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큰 손'으로 분류되는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속하면서 이들 조선사의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1조6000억 원이나 증발했다. 이들의 자금 이탈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5일 본지 취재팀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국내 5대 조선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의 지난달 외국인 거래대금을 일주일 단위로 분석한 결과 3주차(13~17일)부터 5주차(27~30일)까지 순매수(사들임) 규모가 64.5%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6일부터 10일(2주차)까지 외국인은 이들 조선사 5곳의 주식을 544억4118만 원어치 순매수했다. 3주차(13~17일)에는 순매수 규모가 571억4946만 원으로 2주차보다 5.0% 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4주차(20~24일) 들어서는 446억3001만 원으로 3주차보다 21.9%(125억1945만 원) 감소하더니 마지막 주인 5주차(27~30일)에는 202억8138만 원으로 3주차 대비 64.5%, 4주차 대비 55.0% 쪼그라들었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은 시가총액에도 영향을 미쳤다. 5대 조선사의 시총은 지난달 중순(15일) 22조3418억 원에서 30일 20조7303억 원으로 1조6115억 원(7.2%) 감소했다.

이는 이들 조선사의 1분기 경영실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조선사 5곳 중 이날까지 1분기 실적을 내놓은 3개사(현대중 현대미포 삼성중)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매출액은 모두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4분기 223억 원에서 올 1분기 1924억 원으로 더 확대됐다. 삼성중공업의 당기순이익도 414억 원에서 109억 원으로 73.7%나 줄었다.

앞서 증권업계에서는 이들 조선사가 올해 수주량 증가와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딛고 실적 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악몽을 되풀이하는 1분기 실적이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빼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