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가상화면 기술로 뜬
- 벤처 아이에스엘코리아
- 직원 수 적어 혜택 못받을 판
- 서울서 이전은 첩첩산중

- 역외기업 유치 외치는 市
- 획일적 기준만 갖다 대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모델'이라며 극찬한 정보기술(IT) 기업이 부산 이전을 타진하고 있지만 미비한 지원 규정에 막혀 이전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일자리 창출 및 역외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나섰지만 정작 시 행정은 획일적인 규정에 매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빅노트' 제조사인 '아이에스엘코리아'는 최근 벤처업계에서 가장 뜨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어디든 전자칠판처럼 만들 수 있는 모바일 가상화면 제어기술을 보유, 창업 1년 반 만에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이 회사 직원들을 청와대로 따로 불러 시연을 하게 한 뒤 "이런 기업은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회사는 권돌 대표이사를 비롯한 창업멤버가 부산 출신이어서 영업 분야를 제외한 R&D(연구개발) 분야의 부산 이전 및 조립라인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작아 이전을 해도 부산시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불투명하다. 현재 이 회사 직원은 총 19명으로, 서울에 잔류할 영업분야 인원을 제외하면 이전 인력은 10명 안팎이다.

지난달 시가 공고한 2015년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세부지원기준'에 따르면 부산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은 기존 사업장 및 투자사업장의 상시고용인원 30명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경제협력권산업·주력산업·지식서비스산업 또는 지역집중유치업종인 경우 기존 사업장의 상시고용인원이 10명 이상인 기업도 지원 가능하도록 특례를 뒀다.

그러나 인력 채용 및 설비투자 규모가 작은 업체는 신청을 해도 심사 기준인 60점을 통과하기 어려워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5'에 참가한 아이에스엘코리아 직원이 부스를 찾은 해외 업체 관계자에게 빅노트의 기술력을 소개하고 있다. 아이에스엘코리아 제공

다른 경영조건을 평균 수준으로 가정하고 아이에스엘코리아 규모의 회사를 심사 문항에 대입해본 결과 48점 정도로 기준에 한참 못 미쳤다. 심사문항에는 사업실적 신용등급 상시고용인원 신규투자규모 등 11개 항목으로 소규모 업체들이 충족시키기에는 쉽지 않은 항목들이 포함돼 있다.

결국 부산시가 역외기업 유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만 받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기업규모가 그 정도로 크고, 안정화된 기업은 부산으로 이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기업들은 이미 수도권에 기반을 잡아 부산으로 옮기는 게 쉽지가 않다"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벤처기업들은 부산시가 제대로 된 지원만 해준다면 옮기려는 곳이 많을 것이다. 부산시가 기업 유치에 있어서 타깃팅(목표기업)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