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분이네 업주 신미란 씨. 강덕철 선임기자

- 영화 흥행으로 폐업 위기 겪어
- 시민 성원으로 주인과 재계약
- 기념품 다양화…연휴에도 영업

"영화 '국제시장' 개봉 이후 두 달여 동안 꼭 천당과 지옥을 오간 기분이랄까…."

올해 설 명절을 특별하게 맞는 곳이 있다면 '꽃분이네'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흥행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권리금 인상 압박에 역설적으로 가게 문을 닫을 위기까지 내몰렸던 '꽃분이네' 업주 신미란(37) 씨는 설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16일 신 씨는 1차 임차인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건물주에게 현재 2000만 원인 권리금을 3000만 원으로 1000만 원 올려주며 직접 재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런 뜻깊은 날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꽃분이네를 방문해 의미를 더했다.

신 씨는 "윤 감독과 만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눈시울을 붉혔다. 윤 감독님이 '마음고생을 다 안다'고 위로해주셨을 때 눈물이 쏟아졌다"고 소개했다. 그간 신 씨가 점포 폐업위기로 얼마나 힘든시간을 보냈는지 느끼기에 충분했다.

꽃분이네 전신인 '영신상회'가 영화 촬영지가 된 것은 2013년 10월이었다. 국제시장 점포 중 영화 콘셉트에 맞게 규모가 작으면서 물건을 옮기기 쉬운 업종을 찾다보니 8.26㎡(2.5평) 규모의 액세서리 가게인 영신상회가 제격이었다. 신 씨는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가게 앞이 장사진을 이룰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영화를 보고 시장에 찾아와 "꽃분이네를 한참 찾았다. 표시라도 해놓으라"는 손님이 점점 늘면서 간판을 '꽃분이네'로 바꿔 달고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그러자 사람이 구름 떼처럼 몰렸다. 권리금 인상 요구를 받은 것도 방문객이 급증하면서다. 호재인 줄 알았던 관심이 악재가 돼 돌아왔다. "1차 임차인이 '권리금을 3000만 원이나 올려달라'고 연락왔을 때는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신 씨는 턱없이 높은 권리금에 문을 닫기로 결심했다. 그 사이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는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꽃분이네 들어내기'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그는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갑자기 문을 닫아야 한다니 눈앞이 깜깜했다"며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신 씨는 '다음에 왔을 때도 꼭 장사하고 있으라'고 한 시민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꽃분이네가 계속 영업하게 되면서 국제시장 관광상품화도 탄력을 받고 있다. 부산시의 영화 체험공간 조성과 함께 꽃분이네는 가게를 영화 세트장처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신 씨는 "머그컵 열쇠고리 등 기념품도 다양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 씨는 설 연휴 내내 가게 문을 연다. "연휴라고 국제시장 놀러 오시는 분이 많을 텐데 가게를 비우면 되나요." 꽃분이네는 이제 기쁜 마음으로 설을 맞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