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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스토리 <12> 최재호 무학그룹 회장

0.1도 묘수로 성공신화…나눔실천·사회공헌엔 100도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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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무학그룹 회장이 경남 창원시 본사 사무실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희망찬 새해를 다짐하고 있다. 미소 속의 강렬한 눈빛에서 진열장의 모든 제품을 뛰어넘는 건 물론, 수출드라이브를 걸어 세계 정상급 주류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okje.co.kr
- 17도 이상은 방송광고 불가 간파
- 16.9도 순한 '좋은데이' 선보여
- 지방 소주업체 최강자로 올라서

- "노사관계는 거래 아닌 신뢰문제
- 함께 얘기하고 아픔 어루만져야"
- 최근 투명경영심사 대상 받기도

- 年 40시간 이상 사회봉사 않으면
- 직원들 진급심사서 불이익
- 자신도 자원봉사 많은 시간 할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일단의 사회심리학자들이 백인과 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먼저 백인 대학생들에게 선천적 운동능력을 측정한다며 골프를 시켰다.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었지만 결과는 엉망. 백인은 운동 능력이 열등하다는 의식이 작용해 골프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한편, 흑인 학생들에게는 스포츠 전략지능을 알아본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마찬가지로 형편없는 성적표가 나왔다. 이 또한 흑인은 지적 능력이 모자란다는 잠재의식이 골프를 망쳤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었다.

이처럼 고정관념은 일상 삶을 좌우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그 벽을 깨지 못하면 성공의 길은 요원해진다. 최재호(54) 무학그룹 회장은 고정관념의 위협을 훌훌 털어내고 우뚝 선 입지전적 기업인이다. 원샷하면서 목구멍으로 넘길 때 '불타는' 느낌을 줘야 소주라는 고정관념은 이제 그로 인해 사라졌다. 여심(女心)마저 유혹하는 순한 맛 소주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발해 방방곡곡으로 퍼지게 한 주인공. 지방소주를 수도권 소주 업체들이 줄줄이 따른 유례없는 사건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역동적 경쟁의 시대를 맞았다. 시장이 회오리치고, 소비자가 변하며, 기술이 퀀텀점프하는 세상이다. 경쟁자는 잠시도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경쟁없는 시장, 블루오션은 이제 기대하기 힘들다. 설사 있더라도 잠깐 달콤한 꿀맛에 젖을 수는 있으되 곧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만다. 블루오션의 환상은 신기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최 회장은 역동적 경쟁자다.

"지금의 선택과 결정이 미래의 확률을 결정한다." 천재 수학자 파스칼이 한 말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국내 소주업계 3위, 지방소주 최강자의 지위에 오른 최 회장이 긴장의 끈을 더욱 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고 안주해선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노키아 사례에서 터득했던 터.

여느 기업인들과 마찬가지로 최 회장도 경영 인생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방소주 생존을 위한 자도주 보호법이 19년 전 폐지되자 소주시장 영토쟁탈전이 광풍처럼 몰아쳤다. 설상가상으로 외환위기까지 덮쳐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섰다. "이대로 부도를 맞느니 회사라도 살리려는 마음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했지요." 제한된 경영과 혹독한 외적 환경에 무학은 거세게 흔들렸다. 그걸 이겨냈다. 진로라는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다윗은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전략으로 맞섰다. 순한 화이트소주 개발이 그것이다. 아픔에서 성숙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가 택한 승부수였다.

1995년 2월 저도주로의 전환, 그리고 2006년 16.9도 소주를 내놓으면서 지방소주의 신화가 시작됐다. 소주업계의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최 회장은 자신만만했다. 고객이 원하는 내면의 욕구와 비밀을 파헤쳤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 그는 미래 트렌드를 선점했다고 자부했고, 애주가들은 열렬히 화답했다. 17도 이상은 방송 광고가 안 된다는 사실을 간파한 그가 '0.1도의 묘수'를 둔 전략 역시 주효했고.

순한 소주 '좋은데이'의 비밀이 뭘까. 최 회장은 집중화와 차별화, 그리고 원가라고 설명한다. 그는 좋은데이 시장 공략에 전력을 쏟는 것 이상으로 차별화에 힘을 실었다. 흉내내기로는 절대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밑바탕에 깔렸다. 지역 향수가 담긴 토속적 언어,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 네이밍. 두 가지는 성공적으로 이뤘다. 이제 원가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품질 개선에 주력하는 게 그의 과제다. "무학은 은행 빚이 없습니다. 당연히 생산 원가에서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요. 투자 여력이 더 생기니 국내 소주시장에서 앞서 나갈 요건을 갖춘 셈입니다."

품질 개선 작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병마다 관리책임자를 명기하는 실명제를 도입했고, 세계 최고수준의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창원1, 2공장을 완전히 리모델링했다. 본사에 세계 주류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굿데이뮤지엄'도 올 6월 개관 목표로 공사중이다. "단순히 소주를 팔자는 개념이 아닙니다. 기업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의지와 열정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최 회장은 최근 경사를 맞았다. 경제5단체가 주관한 투명경영심사에서 대상을 차지한 것이다. 무학은 경영투명성과 노사관리, 사회공헌도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투명성.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누가 청탁이라도 하면 최 회장이 입사서류를 아예 빼버리니 알 만하다. 노사관계 역시 무분규로 유명하다. IMF때 노조위원장이 "임단협 안할테니 제발 회사만 지켜달라"고 요구하자 2년간 임금 동결시킨 후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모두 보상해 준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최 회장은 강조한다. 직원들과 함께 뒹굴라고. 협상테이블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그 전에 함께 이야기하고 아픔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고. "노사문제는 거래가 아닌 신뢰의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믿음은 만드는데 평생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단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사회공헌에 대해 그는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한마디로 대신했다. 기부와 공헌은 결코 가식적이어선 안 되며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은 사실 세금을 내면 역할이 끝납니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에서 나라가 다 보살피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업과 개인이 나서 나눔을 실천해야 합니다." 무학 직원들은 연 40시간을 봉사하지 않으면 진급에서 누락된다. 최 회장 스스로도 일주일에 한 번은 자원봉사에 나설 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제 무학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도 좋은데이 바람을 불어넣을 채비를 하고 있다. 부울경 지역에서 80%에 이르는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전국적으로는 10%대로 비교 열위인 상황. 그만큼 공략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조급해 하지 않는다. 향후 3년을 내다본다. 자칫 무리한 투자를 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기에. 수출 드라이브는 국내 시장에 기반을 다지면 시작할 일이다.

올해가 무학 창립 86년째. 100주년이 되는 해 무학은 대한민국 10대 기업이 되어있을 거라고 초량동 출신 '부산내기' 최 회장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최 회장의 경영철학

- 日新又日新이 좌우명…익숙함에 길들여지고 안주하는 것 가장 경계

최근 우리 금융계에 사상 초유의 이변이 일어났다. 보험업계 이익이 은행권의 그것을 훌쩍 넘는 대역전이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위기를 자초했다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손쉬운 이자 장사로 먹고 사는 안이한 자세가 문제였다. 기본 역량을 기르는데 소홀했고, 고객에게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나몰라라'였다. 고객 패턴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새 패러다임으로 대응하지 않은 대가는 혹독할 수밖에 없다.

뉴노멀(New Normal). 다시 말해 '새로운 일반화'가 그 패러다임이 되어야 한다. 신수요층과 숨어있는 고객을 잡기위한 전략이 뉴노멀 시대의 화두라 하겠다. 타성과 고정관념을 깨는 역동적 경쟁이 그래서 중요하다. '빙점' 작가 미우라 아야코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익숙해지는 것이다." 최 회장은 그래서 차별화를 위한 무기로 창의성과 혁신적인 사고를 강조한다. 물론 공수부대 출신 답게 뚝심으로 무장하는 건 기본이다. 이들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고정관념은 저 멀리 사라진다.

최 회장의 좌우명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진부하지만 뉴노멀과 궁합이 딱 맞는 말이다. '좋은 날이 아니라면 좋은 날로 만들어라'라는 좋은데이 광고문구가 있다. 불리하면 룰을 바꾸라는 역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그의 의지가 잘 드러난 예라 하겠다.

그는 또한 소탐대실을 부르는 전쟁이 아니라 상생하는 경쟁을 하자고 외친다. 뿌리가 같은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마찬가지. 땅덩이가 작은 충청북도에서 우리나라 소주의 절반이 생산되는 것도 열린 마음으로 선의의 경쟁을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혁신도 여기서 비롯된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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