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부산시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서·영도·중구 공무원들로 이루어진 단속반이 수산물 원산지 표시 여부를 확인하자 상인들이 원산지 표시판을 허겁지겁 설치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전통시장 영세 노점상 대부분
- 원산지 표시않고 어패류 등 판매
- "수입이라면 안팔려서" 선처 호소
- 일부 백화점·대형마트도 미표시

"라벨지를 뽑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습니다. 한 상품만 빠졌는데 봐주시면 안 될까요?"

설을 10여 일 앞둔 지난 6일 오후 수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에 적발된 부산의 한 백화점 식품판매팀 관계자의 변명이다. 수산물 코너에서 판매되던 '국물용 멸치' 상품 10개가 원산지 표시가 미비해 과태료 11만2000원이 부과됐다. 인근 마트에서도 판매하던 홍합의 원산지 표시가 없어 현지시정 조치가 이뤄졌다.

이날 부산시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서·영도·중구 단속 공무원 9명은 중구 중앙동 일대 전통시장 백화점을 대상으로 설 대비 수산물 원산지 표시를 점검했다. 표시제가 시행된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미비점이 군데군데 드러났다. 첫 점검 대상은 현대화된 자갈치 시장. 상당수 상점이 팻말에 원산지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팻말은 원산지 글자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번지거나 지워져 단속원에 의해 현지 시정됐다.

거리로 나가니 'OO수산'이라는 상호를 달고 영업하는 노점상 대부분이 원산지 표시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단속 공무원이 다가오니 상인들은 급하게 원산지 표시판을 가져오며 "장사를 마칠 시간이라 팻말을 뺀 것", "경매 뒤 남은 잔품 몇 개를 대충 처리하는 것" 등의 변명을 늘어놓는다. 좌판에는 아직 다 팔지 않은 수산물이 가득했다.

시 조인규 주무관은 "영세한 노점상의 사정을 고려해 현지 시정을 먼저 한다. 2차 단속에도 적발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건어물 판매가 한창인 신동아수산물종합시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페루·중국산 4개 품목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 과태료 5만 원을 부과받은 상인은 "설을 앞두고 여러 품목을 취급하다 보니 챙기지 못했다"면서도 "사실 중국산이라고 표기하면 구매가 없다"고 푸념했다.

올해 1월부터 의무화된 식염(먹는 소금)의 원산지 표시 미비가 지적되기도 했다. 번영회 박인규 영선주임은 "바쁜 상인을 상대로 교육이 쉽지 않다. 교육자료를 배부해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단속 업소 수는 137곳으로 미표시가 적발돼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시정 곳은 각각 3곳, 125곳이었다. 앞서 지난 3일에도 기장지역 단속이 진행돼 1곳이 적발되고 40곳이 현지 시정됐다. 지난해 역시 부산 지역 과태료 처분은 34건(7978개 업소 단속)에 불과했다. 단속 대상 상당수가 사업자 등록 없이 전통시장 인근에서 좌판을 편 영세상으로, 법령을 일괄 적용해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단속 공무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