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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스토리 <10> 에이비엠그린텍 김병철 회장

태양광을 실내로 끌어들여…가격,그 이상의 가치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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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에이비엠그린텍 회장이 해운대 센텀사옥에서 태양광 조명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집광기를 통해 태양빛을 실내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강덕철 선임기자
- 잘나가는 전문건설업체서
- 신재생에너지 분야 눈돌려
- 태양광 조명시스템으로 승부
- 10년 만에 국내 1위 기업 우뚝

- "기업은 예측 못해서가 아니라
- 상상하지 못하면 망하는 것"
- 쉼없는 혁신·신기술 개발 매진

요즘 '하이엔드(high-end)'라는 개념이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시장에서 뜨고 있다. 제품을 제대로 만들지만 적당히 파는 것만으로는 승자가 될 수 없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저가 경쟁으로 출혈하는 로엔드(low-end) 전략에 의존해선 승률을 올릴 수 없다. 고만고만한 제품군에서 싸워봤자 도토리 키재기일 뿐. 불경기 속에서도 기능이 매우 뛰어난 고가의 제품들이 날개돋친 듯 팔리는 현상은 하이엔드로 설명할 수 있다.

하이엔드. 로엔드로는 추구할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제품, 다시 말해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뜻한다. 단순히 비싸서는 안 된다. 기술과 디자인, 가치 등 고유의 무기로 고객을 사로잡는 제품이 하이엔드다. 또 인기를 넘어 오래가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유형에 여우형과 고슴도치형이 있다고 한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잔꾀를 많이 부리는 여우일 것 같지만 천만에. 오직 가시로만 우직하게 맞서는 고슴도치가 승자다. 대체불가능한 가치인 가시가 비결이다. 하이엔드 브랜딩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남이 따라올 수 없는 가치로 승부를 거는 것.

(주)에이비엠그린텍 김병철(64) 회장은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전형적인 기업가다. 잘나가는 전문건설업에서 태양광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사실 건설업 역시 로엔드를 벗어난지 오래다. 비철금속 아치판넬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철골을 쓰지 않고 조립식으로 공사를 현장에서 뚝딱 해치우니 경쟁력이 높을 밖에. 벡스코 지붕판넬과 부산신항 창고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굳이 10년 전 사업의 무게중심을 태양광쪽으로 옮겼다. 기업가로서 사업의 가치를 달리 봤기 때문. "에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기여하는 길을 고민하다 무한한 에너지를 이용하는 거라 확신했지요." 태양에너지는 인류의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력과 풍력은 물론이고,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도 태양열이 없었던들 있을 수 없는 자원이다. 항성 태양은 그래서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물론 50억 년이 지난 까마득한 미래, 연료를 소진한 태양이 부풀어 올라 행성 지구를 삼켜버리겠지만 지금으로선 상상할 필요 조차 없다.

태양광발전판 지붕으로 지어진 에이비엠그린텍 밀양 공장 건물.
에이비엠그린텍은 그 엄청난 공짜에너지를 먹고 산다. 지구촌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라 해봤자 지구에 닿는 태양에너지 한시간 분에 불과하니 무진장 그 자체다. 김 회장은 그래서 자신을 곧잘 '봉이 김선달'로 소개한다. 채산성도 크게 올랐다. "요즘 은행에 1억 원을 예치하면 월 20만 원 벌이 밖에 안 되지만 태양광 산업에 투자하면 월 100만 원 플러스 알파가 나오니 이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격이 아닙니까."

지난 12일은 우리나라 환경분야에서 역사적인 날이었다. 온실가스 배출거래소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정부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은 남은 걸 팔고, 초과 기업들은 배출권을 사들이는 방식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그만큼 지구 오염이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 전쟁과 테러가 인간에 대한 폭력이라면, 환경 파괴는 자연에 대한 폭력이라는 말이 있질 않나. 그 참혹한 결과가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추세. 태양에너지는 그 중심에 있다.

김 회장은 회사를 빛의 흐름을 창조하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태양광 발전과 조명이 핵심이지만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일보다 태양광 조명에 더 큰 관심을 쏟는다. 단순한 채광이 아니다. 태양빛을 실내로 끌어들인다는 혁신적인 개념이다. 채광판에 의존하는 게 로엔드라면, 이건 하이엔드다. 광섬유(글래스울)를 이용해 최대 100m까지 가능해졌다. 아파트 베란다나 창문에 집광기를 설치하면 끝. 그는 특히 화장실에 주목한다. 눅눅하고, 냄새나며 각종 세균들이 우글거리는 화장실에 태양빛을 쬐면 살균과 탈취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된다. 심지어 인체에 좋은 비타민D까지 듬뿍 가져다주니 일석삼조가 따로 없다.

"저는 이걸 '가치조명'이라 부릅니다. 그만한 효과가 있는 거지요." 이 부문에서 에이비엠그린텍은 국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최정상급. 문제는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때. 하지만 해결책을 마련했다. 바로 친환경 고효율 LED조명과의 하이브리드화다. 실내 조도가 일정 기준 밑으로 떨어지면 LED가 작동하는 식이다.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 공급시스템은 앞으로 하이엔드 중에서도 선두를 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 회장의 시선은 더욱 올라간다. 그는 이제 지붕 자체를 태양광발전판으로 만들려 한다. 지난해 12월 밀양공장에 우리나라 최초로 시험 설치했다. 앞으로 강도나 효율성 등을 더욱 끌어올려야겠지만 태양광을 '웰빙과 건강' 컨셉트로 재포장해 '가격, 그 이상의 가치'로 전환시킨 것이다. 그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습설 무게를 견디지 못해 대학생들이 참변을 당했으니…눈 하중이 위험해지기 전에 센서를 작동시켜 녹여버리면 해결될 일을 말입니다."

회사문을 들어서면 눈길을 잡는 글귀가 있다. '혁신-물을 끓이면 증기라는 에너지가 생긴다…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건 물이 100도를 넘어서면서부터. 그러나 99도와 100도의 차이는 불과 1도. 당신은 99도까지 올라가고도 1을 더하지 못해 포기하는 일은 없는가.' 그는 포어사이트(foresight)를 가진 사업가다. 혁신으로 신기술을 추구하고 앞을 내다볼 줄 안다는 의미에서. 세계적 디자이너 이돈태 전 영국 텐저린 공동대표가 말했다. 기업은 예측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상상하지 못해 망한다고. 김 회장이 앞으로 예측 능력에 어떠한 상상의 날개를 달아 첨단 하이엔드를 이룰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 김 회장의 경영 철학

- 당장 눈앞의 이익 좇기보다 모두에게 도움되는 일 추구
- 환경살리는 일·봉사·나눔도 기업가가 짊어져야 할 책임

김병철(사진) 회장은 말할 것도 없이 친환경론자다. 그가 즐겨 인용하는 '네안데르탈인과 잡스의 대화'가 있다. 불세출의 천재 잡스가 죽은 뒤 창조와 발명의 낙원으로 갔다. 첨단 통신기기인 아이폰을 들고 가서 돌도끼를 쥔 네안데르탈인과 대화를 나눴다. 멸종한 유인원 왈, "처음 지구에 왔을 때 얼마나 영롱하고 아름다웠는지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온통 회색빛으로 뒤덮여 있군요. 인류가 저 별에서 얼마나 생존할 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잡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앞으로 전환기의 태풍이 불 텐데, 새로운 대책 없이 인간이 현재의 문명 패턴을 계속하면 지구는 망가지고, 인류 역시 멸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그렇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한적한 시골 밤하늘에 펼쳐진 황홀한 은하수를 보며 감탄하던 장면은 다시 보기 힘들어졌다. 지구가 몸살과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당장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 멀리 보았을 때 지구와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을 택하는 게 김 회장의 철학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그래서 그는 기여와 봉사를 기업의 사명이라며 무척 소중하게 여긴다. 부산에서 시작된 구호단체 '한끼의 식사기금' 회원으로 열정을 바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4-3-2-1'이라는 경영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이윤의 40%는 신기술 재투자, 30%는 배당, 20%는 직원 몫, 그리고 나머지 일할은 봉사활동비다. 5년 전 단체 창립기념일에 직원들을 총동원해 부산 전역을 돌며 후원인 모집에 나섰을 때가 가장 인상깊었다고 했다. 요들송을 비롯한 각종 행사를 통해 4시간 만에 4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기여와 봉사는 한마디로 나눔의 정신이다. 정신이든, 물질이든 나누면 다시 돌아온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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