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를 ℓ당 1395원으로 내린 전북 정읍의 길바코셀프주유소. 길바코주유소 제공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업계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정액으로 부가되는 세금 때문에 판매 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으로 나가고 있다"며 "정부부터 세금을 인하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오전 서울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석유·LPG유통협회 관계자들에게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주유소 석유제품 차이가 커서 추가 가격 인하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에 대해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세금 때문에 휘발유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크지 않다"면서 "휘발유 판매가격이 1300원 이하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주차 휘발유 가격은 세금이 890.9원, 정유사 매입 가격은 541.4원으로 세금과 매입액만 합해도 1432.3원이다. 당시 전국의 ℓ당 휘발유 평균 판매가가 14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진을 남기지 않거나 손해를 보고도 판매하는 주유소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유소는 매입가격과 판매전략, 임대료와 인건비, 금융비용, 세차장 유무 등과 함께 주변 경쟁상황을 고려해 판매가를 결정한다. 마진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곳의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유인하면서 다른 부대 서비스, 판매 등으로 영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내려도 휘발유에 매겨지는 세금은 정액제로 그대로이므로 소비자 가격 인하가 어렵다"며 "지난달 5주차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5.9%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