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수수료로 버티며 덤핑

- 맞춤식 공연, 대규모 식당…
- 특화시설 앞세워 싹쓸이
- 中전담업체 160곳, 부산은 3곳

# 손 놓은 부산시·관광공사

- 바다 등 자연 볼거리만 치중
- 인프라 구축과 상품개발 뒷전

# 관광업계 장기 로드맵 없어

- 업체도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
- 市는 담당 조직마저 축소

부산지역 최대의 '내한 외국인 관광객(인바운드)' 전문여행사인 BS펀투어의 몰락은 '부산 관광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부산시가 관광과 마이스(MICE)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삼고 있지만 지역 관광인프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관광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눈앞에 다가온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에 부산관광만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척박한 인프라

5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 부산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부산은 요우커 유치에 있어 수용태세가 갖춰진 서울과 제주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2013년 10월 중국 정부가 저가 해외여행을 규제하는 여유법을 시행했는데도 요우커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여행사 간 저가 출혈 경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저가상품 구조에서 서울지역 여행사들은 '수수료'로 버티고 있다. 요우커에 특화된 숙박시설과 식당 공연 쇼핑몰 등으로 이어지는 패키지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객 1인당 일정 수수료를 받아 부족한 마진을 메우고 있다.

부산은 이런 관광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BS펀투어 몰락은 부족한 관광인프라에다 '수수료'를 받고 요우커를 유치해 수익성을 창출하는 한국관광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을 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식당이 없고, 5만~10만 원대의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1박에 20만 원이 훌쩍 넘는 특급호텔 일색의 숙박시설로는 요우커를 불러들일 수 없다. 특히 동대문과 광장시장, 홍삼시장 등을 갖춘 서울과는 달리 요우커에 특화된 쇼핑시설이 거의 없어 영세한 여행사가 요우커를 모객하기에는 척박한 환경이다. '난타'와 전통혼례 등 각종 볼거리가 상시 준비된 서울과 비교해 부산은 면세점 쇼핑과 해운대 등 자연적인 볼거리에만 치중하고 있다.

■부산시·관광공사 역할 부재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는 사실상 요우커 맞이에 손을 놓고 있다. 중국어 표지판만 설치하고 할 일을 다했다는 태도다. 각종 인프라 구비와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 특화된 쇼핑몰 조성, 지역 여행사 육성 등에서는 수년째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부산시가 지역관광 생태계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크루즈 관광 등 중국인 관광객의 허수에 현혹되면 안 된다"며 "몇 안 되는 지역의 인바운드 여행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 음식점과 숙박 볼거리 특화된 쇼핑몰 등에 대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부산시와 관광공사, 지역관광업계 간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통한 관광상품 개발은 전무한 상태다. 인근 경남 거제 통영 울산 경주 등과 연계된 다양한 체류형 상품을 개발해 요우커 유치에 나선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 중국인들은 바다낚시와 산업시설, 한국의 전통문화 등에 갈증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머잖아 요우커 1000만 시대를 앞두고 부산시가 나서 경남도 울산시 등과 중국인 관광객 공동 유치를 위한 관광상품 개발 등을 몇 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업계 차원에서 부산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서울 제주와 연계한 특화상품 개발에도 소홀했다는 반성도 제기되고 있다.

BS펀투어의 휴업으로 가뜩이나 적었던 중국인 전담여행사가 더 줄어들자 지역관광의 내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부산지역의 중국인 전담여행사는 3곳만이 남았다. 한국청년여행사와 (주)파란, 광보여행사다. 하지만 광보여행사는 크루즈전문여행사여서 실제 중국인 인바운드 부문 사업을 하는 곳은 2곳 정도다. 서울지역의 중국인전담여행사가 160여 곳인 점을 감안하면 지역의 요우커 수용태세가 얼마나 빈약한가를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의 중국인 전담여행사들이 저가 상품을 모객한 뒤 주요 코스는 서울과 제주를 잡고, 부산은 '끼워맞추기'식의 경유지로 일정에 넣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싸구려 음식과 용두산 공원 등 특색 없는 관광코스로 일정이 진행되면서 "다시는 부산을 찾지 않겠다"는 요우커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단기 성과위주 전략 한계

관광업계는 BS펀투어가 너무 성급하게 휴업을 결정했다는 시각도 내보였다. 관광업은 단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없는 구조여서 2, 3년 일정 부분 적자를 감수하며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BS펀투어를 퇴사한 한 직원은 "여행사는 자리를 잡기까지 최소 2, 3년은 걸리는데 모기업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원하는 느낌을 받았다. 관광업의 잠재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BS펀투어는 출범 직후인 지난해 상반기 구조조정을 하면서 24명의 직원 중 6명이 퇴사했고, 일본인 관광객 인바운드 사업도 접었다.

최근 부산시가 조직 개편을 하면서 기존 관광진흥과와 마이스산업과를 합쳐 관광마이스과로 조직을 축소한 것도 관광산업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결과라는 것이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마이스산업과 관광을 부산의 핵심전략산업으로 상정하고 부산관광공사를 출범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것에 감안하면 이번 조직 개편은 이에 역행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지역대학의 한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부산시가 오히려 조직은 축소했다. 관광산업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시의 근시안적 인식을 보여주는 조직 개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