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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스토리 <8> 장명주 삼주이엔지 대표

가스는 가라!…불꽃열기 없앤 조리기기로 주방을 혁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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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주 대표
- 선박 주방기기 전문업체로 출발
- 전자가열방식 인덕션 기술 적용
- 대용량 밥솥·국솥·레인지 선보여
- 조리 중 발암물질 등 발생 최소화
- 수출 늘며 글로벌 강소기업 도약
- 이젠 싱크대 가구분야에 도전장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널리 알려진 고사성어가 있다. 인간의 힘으로 산을 옮긴 이야기로 불굴의 정신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못 이룰 일이 없음을 잘 드러낸 이야기다. 하지만 우공은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방법론에서 이름대로 어리석은 인간에 불과하다.

경제는 원래 절약을 뜻한다. 효율성을 높여서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우공은 무지막지하게 산을 없애는 방법을 택했다. 몇 대에 걸쳐 다른 일도 하지 않고 산 파기에 뛰어들었으니 포기한 수입, 즉 기회비용이 얼마나 되겠나. 교통이 불편하면 이사를 하거나, 말을 타고 산을 넘어갈 생각은 왜 못했을까. 하다 못해 길을 고쳤다면 산을 파서 옮기기 보다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우공의 결정적 실수는 또 있다. 바로 생태계 파괴다. 자연을 정복하고 개조하면 참혹한 보복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현대 인류는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기후가 뒤틀리고, 야생도 사라지면서 결국 공생의 이치를 잃게 된다. 인류가 생존 위협을 받는 건 물론이고. 우리가 우공이산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그 정신이지 방법이 아닌 것이다.

부산의 중견기업 삼주이엔지(주)를 이끌고 있는 장명주(60) 대표가 바로 그렇다. 환경파괴를 하지 않는 제품 생산에 올인하는 기업인이라 하겠다. 28년 전 선박 주방기기와 냉동창고 전문 제작업체로 출발한 삼주이엔지는 지금 새로운 출발선상에 있다. 선박에서 육상으로 눈을 돌려 친환경 주방기기 사업에 무게 중심을 옮겼다. 국내 대형 조선소 등에 납품하고 해외 수출이 날개를 달면서 6년 전 1000만 달러 수출탑을 거머쥐었고, 이제 2000만 달러를 넘본다. 친환경성을 무기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올라섰다.

핵심 동력은 인덕션. 전자유도가열방식의 친환경적 전기식 주방기기를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 냄비나 솥에만 열을 가해 조리하는 고효율성을 자랑한다. 조리 외에 에너지가 샐 틈이 없다. 장 대표는 대용량을 타깃으로 삼았다. 일반 가정제품은 이미 다른 업체들이 인덕션을 적용해 시장을 장악한 만큼 학교나 종합병원, 군부대 같은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했다. 최소 100인분에서 최대 500인 분에 이르는 거대한 밥솥과 국솥, 레인지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들 제품에 대한 특허 출원도 마쳐 업계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장 대표가 사하구 신평동 사옥에서 여직원과 사업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경북의 한 중학교에서 인덕션 기기를 설치한 후 매달 연료비만 110만 원이 절감되었습니다. 가스식에 비해 25% 수준이니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요. 더구나 주방 오염을 최소화하니 금상첨화 아니겠습니까." 장 대표가 자신감을 내비친 까닭을 알 만하다. 사실이 그렇다. 가정 주방의 공기 오염은 실로 충격적이다. 식사를 준비하며 삼겹살이나 생선을 굽기 시작하는 순간, 오염도는 치솟는다.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휘발성 유기화합물에다 포름알데히드 등이 기준치를 예사로 넘어선다. 특히 포름알데히드는 1급 발암물질로 요주의 대상이다.

왜 그럴까. 가스 불을 켜면 일부가 완전히 타지 못하고 불완전 연소된다. 이 때 유독성물질이 생겨난다. 거의 자동차 배기가스 수준이다. 이런 오염 물질이 눈과 코, 입의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고 기침이 나는 것이다. 특히 대형 급식시설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한 건 불문가지. 그렇다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해법이 없을까. 장 대표는 인덕션을 자신있게 권한다. "직접 열을 가하지 않고, 주방기기만 데우기 때문에 유해 물질이 생성될 여지가 없어요. 쓸데없이 열을 방출하지 않기에 실내 온도도 뚝 떨어집니다." 자체적으로 조사해보니 섭씨 20도나 떨어졌다고 한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없는 셈이다.

가장 화력이 센 중국요리집을 겨냥해 특화된 제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재료를 화력이 강한 불에 재빨리 볶아내야 하기 때문에 주방 온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조리사들이 쉽게 체력이 떨어지고, 눈썹까지 올라오는 불 때문에 눈 건강에도 안 좋습니다." 청결하고 쾌적한 주방 환경을 위한 미래형 제품이 중화국솥, 만두찜기, 중화레인지, 누들쿠커 등이다.

장 대표는 5년 전 인덕션기술을 대용량 기기에 적용했다. 그동안 들인 돈만 15억 원에 달한다. 3년 전 그는 한전 본사를 찾아갔다. 주방에 들어갔더니 가스를 쓰고 있어 한마디 했단다. "우리나라 전기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전기가 아닌 가스를 쓰는 게 말이 되냐"고. 듣고 있던 한전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전한 본사에 인덕션기기를 설치했다. 지금 장 대표의 인덕션 기기는 전국의 학교 30여 곳과 업체 40여 군데에 납품됐다. 국내 단체 급식시장 규모만 7조 원에 달하니 '커밍 비즈니스'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 침과대단(枕戈待旦·항상 전투 태세를 가지고 아침을 기다린다)이라고 준비도 마쳤다.

강소기업을 키워나가려면 정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장 대표는 강조한다. 대기업군이 아니라 능력있고 비전을 갖춘 기업들에게 눈을 돌려야 창조경제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서양 우화 한 토막을 들려줬다. 커다란 먹구름이 메말라 지친 땅을 지나가면서 비 한 방울도 뿌리지 않고, 바다에 쏟아부었다. 그리곤 자신의 업적을 내세웠다. 살갗이 벗겨진 땅이 달라들었다. "갈증으로 죽어가는 논밭에 뿌렸다면 살릴 수 있었는데, 네 도움도 필요없는 바다에 퍼붓고는 무슨 자랑이야". 정책 방향과 현장에 적용되는 액션플랜이 엇나가서는 안 된다는 그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삼주이엔지는 선박용 주방기기 부문에서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선두를 지키면서 수출도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서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이제 장 대표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들어섰다. 인덕션에 이어 가정용 아파트 싱크대가구 분야를 넘보고 있다. 120억 원을 투자해 진주에 짓고 있는 대규모 자동화공장이 새해 1월 완공되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국내 주방기기 부동의 1위인 일본계 업체와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장 대표가 어떤 성적표를 쥐게될 지 궁금하다.


# 장 대표의 경영철학

- "미래 트렌드 친환경이라 확신…리더는 원칙과 기본 충실, 최악상황에 대비해야"

불과 장 대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듯하다. 장명주라는 이름을 풀이해보자. 베풀 장(張), 밝을 명(明), 심지 주(炷). 불을 밝히고 피워서 베푼다는 뜻이다. 그러니 평생 주방기기로 먹고 살 팔자가 아니냐며 파안대소한다. 하지만 불은 언제 우리의 목숨과 건강을 노릴 지 모른다. 제품의 친환경성과 안전성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기업인으로서 장 대표의 철학은 맑은 공기를 마셔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역경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게 장 대표의 각오다. 미래 트렌드가 친환경성에 있음을 그는 확신한다. 그래서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돌릴 능력을 갖추는 게 기업가의 자격요건이라고 강조한다. 무사안일하게 대처하다간 기업을 일으킬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요즘 '땅콩 회항' 사건으로 떠들썩한 대한항공의 경우 위기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놓쳤다. 소비자(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진정성도 잃었다. 원칙과 기본을 지키되 최악을 대비하는 자세를 갖추지 못하면 절대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장 대표는 미래의 방향을 읽고 신속하고도 면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파트 주방기기시장을 놓고 공룡 기업과의 결전을 앞둔 장 대표의 얼굴이 어둡지 않은 것도 이러한 자신감 때문이 아닐까. 10년 내 월드클래스 300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 여부가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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