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달 19일 오전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린 '극지해양미래포럼' 특별강연에서 박수현 국제신문 사진부장이 '극한 환경 속에서 적응해가는 생명들'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극지해양미래포럼과 국립해양박물관은 11월 19, 20, 26, 27일 4회에 걸쳐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해양박물관 대강당에서 고3 수험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이라는 주제의 극지 연구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설인철 국립해양박물관장은 30일 "이번 강연회에는 반여고 부경고 부산남고 광명고 학생 1200여 명과 시민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연 요지.
# 펭귄 고래 물범 등 남극에서 사는 동물들 모두 크릴 먹고 살아
- 극한 환경 속에서 적응해가는 생명들
- 박수현 ·국제신문 사진부장
남극이 추울까? 북극이 더 추울까? 양쪽 대표지역을 놓고 보자. 북극권에서 가장 춥다는 북동 시베리아의 오이먀콘 지역이 영하 71도를 기록한 데 비해 남극 러시아 보스토크 기지에서는 지구에서 측정된 최저 기온인 영하 89.2도를 나타냈다. 같은 위도상에서도 평균적으로 남극이 북극보다 더 춥다. 북극은 대부분 바다로 이루어져 열을 오래 잡아 둘 수 있을 뿐 아니라 북극해로 흘러드는 멕시코 난류의 영향을 받는다. 남극은 하나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열을 쉽게 방출하는 데다 빙하로 덮여 있어 태양열을 90% 가까이 반사하기 때문이다.
펭귄은 혹독한 남극의 환경에 잘 적응한다. 남극의 바람과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 촘촘하게 나 있는 깃털 바깥쪽에는 기름이 발라져 있어 물이 스며들지 못한다. 대개의 새는 잘 날기 위해 몸이 가벼운 편이지만, 펭귄은 오히려 속이 꽉 찬 무거운 뼈를 가지고 강력한 날갯짓으로 헤엄을 친다.
남극에 사는 모든 동물은 크릴을 먹고 산다. 남극대구, 남극빙어 등 어류에서부터 고래, 해표 같은 포유류와 펭귄, 가마우지, 도둑갈매기 같은 조류에 이르기까지 그렇다.
북극제비갈매기의 육아법은 흥미롭다. 이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새 중 가장 먼 거리를 옮겨 다닌다. 4~8월 여름철에 번식해 10월이면 어느 정도 성장한 새끼를 데리고 여름이 시작되는 지구 반대쪽 남극으로 향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를 남극까지 데려가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강하고 엄격한 육아법이 필요하다. 이들은 언덕 위에 알을 낳은 후 먹이를 물고 와서는 언덕 위아래에 번갈아 던져 언덕을 오르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새끼를 단련시킨다.
# 남극 물고기 아무리 추워도 얼어죽지 않는 이유는 단백질 때문
- 극지생물과 결빙방지단백질
- 김학준·부경대 화학과 교수
극지에 서식하는 생물은 왜 아무리 추워도 얼어 죽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이 같은 극지생명의 저온 적응방식에 주목했다. 동물학자 아서 드브리스는 1969년 남극 경골어류에서 수분이 어는 것을 막는 결빙방지단백질을 발견했다. 바닷물 온도가 어느 점 아래로 내려가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작은 얼음 결정이 물고기의 혈액이나 체액 안에 생긴다. 이 조그마한 얼음 알갱이를 방치하면 순식간에 얼음 덩어리로 커져 혈액이나 체액을 얼게 해 다른 대사 가능이 마비되고 물고기는 죽고 만다. 하지만 극지 물고기는 얼음과 공존하는 수단의 하나로 결빙방지단백질을 생산한다. 결빙방지단백질은 얼음 결정 표면의 물 분자와 화학적 결합을 통해 다른 액체 상태의 물 분자가 더는 고체 상태의 물 분자와 결합하지 못하게 해 얼음의 성장을 막는 기능을 한다. 이런 결빙방지단백질은 극지 물고기(남극 빙어, 등가시치, 삼세기, 둑중개)를 시작으로 식물 미세조류(돌말) 세균 곰팡이 곤충 효모 등에서 발견됐다.
결빙방지단백질을 활용한 냉동보존기술 시장은 식료품 화장품 농수산업 등 무궁무진하다.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다.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남은 것을 냉동실에 보관하면 맛이 달라진다. 결빙방지단백질을 첨가하면 물에 의해 얼음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부드럽고 신선한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의료산업으로 눈을 돌리면 인성 질환 치료, 세포치료제, 바이오신약, 신체 장기 개발 및 연구의 원료에 해당하는 줄기세포 및 제대혈의 대량 확보에 응용할 수 있다. 결빙방지단백질이 1g에 1200만 원 정도로 비싼 데다 동결 후 해동하면 조직이나 세포막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 극지개척엔 리더십 필요…한국, 세종기지 건설 후 연구에 박차
- 극지에서 찾은 한국의 미래
- 한승우·극지연 미래전략실장
극지 탐험과 개척에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목숨을 걸고 극한의 자연환경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남극점에 먼저 도달하려고 경쟁을 벌인 아문센과 스콧을 살펴보자.
아문센은 북극 에스키모의 경험과 극지에 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장비와 탐사 경로를 준비한 뒤 개썰매를 이용해 1911년 12월 14일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다. 스콧은 개썰매 대신에 모터썰매와 만주 조랑말을 준비했으나, 추위에 못 쓰게 되거나 얼어죽어 1912년 1월 17일에야 남극점에 도달했다. 아문센은 '승리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이를 행운이라고 한다. 패배는 미리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이를 불행이라고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남극 개척사에서 빼놓을 수 있는 위대한 인물이 새클턴. 스콧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새클턴은 남극대륙 횡단을 목표로 27명의 대원과 함께 인내라는 뜻의 '인듀어런스(Endurance)'호를 타고 1914년 12월 5일 항해에 나섰다. 1년 8개월 25일 동안 혹독한 남극 바다를 떠돌았지만 팀워크, 자기 희생정신, 상호 격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낙천주의로 이겨내고 전원 무사히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스테팬슨과 11명의 탐험대는 1913년 8월 3일 북극으로 탐험을 갔다가 빙벽에 고립됐는데, 서로 식량과 연료를 차지하려고 내분을 겪는 바람에 몇 달 만에 모두 숨졌다.
우리나라는 1978년 남빙양 크릴 시범조업을 시작으로 1988년 남극 세종기지, 2002년 북극 다산기지, 2014년 남극 장보고기지를 세워 지구환경변화 연구, 해양 지구물리탐사, 에너지 자원탐사 및 활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아라온호 두께 1~3m 얼음 쇄빙 능력…다년생빙은 피해서 운항
- 극지를 개척한 쇄빙연구선
- 최경식·한국해양대 교수
2009년에 건조된 우리나라 최초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얼음판에 올라타 위에서 눌러서 얼음을 깨고 앞으로 나간다. 그렇다고 쇄빙선이 모든 얼음을 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라온호는 두께 1m의 평탄빙(얼음)을 3노트(시속 5㎞)의 속도로 부술 수 있는 쇄빙능력을 갖추고 있다. 깰 수 있는 얼음(1년생빙, 평탄빙, 두께 1~3m)은 쇄빙선으로 부수고, 그렇지 못한 두꺼운 얼음(다년생빙, 빙맥, 20m)은 피해야 한다.
극지의 얼음은 크게 바닷물이 얼어 형성되는 해빙(Sea Ice)과 육상에서 생성된 얼음인 빙하(Glacier)와 이것이 바다로 떨어져 나온 빙산(Iceberg)으로 나뉜다. 0도에 어는 담수와 달리 해수는 영하 1.7도에서 얼지만, 결빙온도는 염분양에 따라 달라진다. 해빙은 파도에 부서지고 서로 부딪치는 등 생성과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다년생빙으로 자란다. 해동과 결빙을 반복하며 염분이 거의 다 빠져버린 다년생빙은 단단한 조직을 갖춰 쇄빙선으로 깰 수 없다. 외관상으로도 1년생빙에 비해 표면이 매끄러운 형태를 보인다. 이처럼 해빙의 특성을 파악해 얼음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깰지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빙역학(Ice Mechanics)이다. 얼음을 제대로 알면 북극해에서 나는 석유와 가스 운송용 육·해상 파이프라인 건설등 극지 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빙역학과 극지공학 연구의 애로는 시간적·경제적 이유로 현장 조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극지에 가지 않더라고 극지 바다와 얼음을 재현해 쇄빙선 모형을 실험할 수 있는 '빙해수조'가 2009년 9월 대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 세워졌다. 영하 20도에서 시간당 2.5㎜의 얼음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