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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스토리 <4>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회장

"된다, 잘된다, 더 잘된다"…복합운송 1위 이끈 '긍정과 열정 사이'

  • 국제신문
  • 최원열 선임기자 cwyeol@kookje.co.kr
  •  |  입력 : 2014-10-13 18:56:5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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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도 없는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회장이 본사 사무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환한 얼굴과 힘있는 시선에 긍정과 열정이 가득하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21년 전 직원 5명·3000만 원으로
- 항만·공항-공장 물류중개 창업
- 지금은 연 3000억 매출 신화

- 경남 함양 소년가장 시절 어려움
- 굴복 대신 초긍정 마인드로 극복
- 한센병 환자·결식 아동 지원 등
- 사회 공헌에도 물심양면 활동

-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일어나
- 고객 위해 기도하는 게 첫 일과
- 집무실도 없는 열정·소통 CEO

- 1997년 외환위기 1년 전 예측
- 출근시간 1시간30분 앞당겨
- 일감 독차지·기업 성장 승부사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말했다. 명성을 얻고 행복한 사람은 어떤 일이 있어도 걱정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으며 남을 괴롭히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 따위는 나약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기 때문이라고. 양재생(58) 은산해운항공(주) 회장은 언제나 행복한 기업인이다.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수더분하며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친절한 동네 이웃 같은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내공이 대단하다. 그가 21년 전 불과 5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기업이 지금 1400개가 넘는 국내 포워딩 업계를 호령하고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

포워딩이란 화물주와 선박회사를 중개하는 역할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은산은 항만·공항과 공장, 공장과 공장을 연결해주는 분야에서 당당히 수위를 달리는 향토 종합물류기업이다. 굴지의 수출입 기업들에 가려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묵묵히 뒷받침하는 막중한 기능을 수행한다. 포워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라 경제가 삐걱대면서 '동맥경화'와 '뇌출혈'로 위태로운 지경에 처할 게 뻔하다. 은산은 그 점에서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부산 중구 해양빌딩 은산 본사에 들어선 순간 놀랐다. 집무실이 없다며 회의실로 안내한 것이다. 회장 사무실이 없다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직원들과 함께 호흡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회의실에서 일하면 됩니다." 양 회장은 그러면서 유리창 너머 펼쳐진 부산항 전경을 응시했다. 온화한 모습이었지만 꿈과 희망을 품은 시선은 실로 매서웠다. 외유내강이 피부에 와닿는다.

양 회장은 긍정을 뛰어넘어 초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다. 그가 매일 외치는 구호 '된다, 된다, 잘된다, 더 잘된다'가 여기서 나왔다. 경남 함양 '촌뜨기'에서 물류업계를 쥐락펴락하는 강자로 올라선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 호된 고생을 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14살 때부터 소년 가장 역할을 떠맡았다. 가진 게 없어 몸으로 때웠다. 그런 어려운 처지에서도 동네 어른들을 공경해 칭찬이 자자했단다. 어떤 난관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정신을 뼈저리게 담금질했던 시절이었다. 자신을 채찍질한 가난을 긍정적 사고와 열정으로 승화시키지 않았던들 오늘날의 양재생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돈을 벌면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고, 사회에 이바지해야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고향의 한센병 환우 돕기에 나서는가 하면 경로당, 마을회관을 지어주고, 결식 아동 지원 등에 물심양면 힘쓰는 까닭을 알 만하다.

그를 눈여겨본 친척 형님이 해운회사에 취직시켜주면서 산골동네 청년은 바다로 눈을 돌리게 된다. 19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물류의 가치를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단돈 3000만 원으로 기업을 차려 '골리앗'을 만들어 냈다. 바다를 통해 은이 산처럼 쌓이도록 하겠다는 신념대로 '은산(銀山)'은 이제 좁은 국내를 넘어 세계를 넘보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힘찬 여정을 시작했다. 단순히 화물만 취급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종합물류시스템을 갖췄다. 부산신항과 양산, 그리고 인천 등지에 대형컨테이너터미널과 수출포장 공장을 속속 세웠다. 복합운송업체로는 보기 드물게 초대형 베팅을 서슴없이 걸고 있다. 강심장이 아니고선 꿈도 꾸지 못할 일을 그는 태연하게 밀어붙인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게 우선이다. 연매출 3000억 원에 육박하는 은산은 그 점에서 성공했다. 하지만 양 회장은 아직도 '배고프다'. 돈 문제가 아니다. 열정이 내면에서 끊임없이 샘솟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듣고, 표정을 보노라면 진정성이 강하게 와닿는다. "가진 것, 이룬 것에 만족하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뛰어야 합니다." 그의 기업철학은 상생이다.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서 고객이 성공해야 은산이 산다, 그리고 앞날을 내다보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공존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밑바탕은 정직. 자신을 속이는 순간 기업의 미래는 절대 없다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4시반에 일어나는 양 회장의 첫 일과는 기도다. 고객들이 잘되는 하루가 되기를 염원한다. 고객과 우리가 하나라는 점도 되새긴다. 그래서 그런지 고객들과 주파수가 맞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신뢰를 얻고 소통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양 회장은 그만의 방식으로 '나'가 아닌 '우리'로 만들어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그는 독종이기도 하다. 대재앙을 예측하고 대피하거나 대비하는 동물적 감각까지 갖췄다. 이 때문에 은산이 살 수 있었다. 아니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순식간에 반전시킨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1997년 우리나라에 외환위기라는 광풍이 몰아쳤을 때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1년 전에 알아차렸다. 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라고 판단한 그는 당장 비상책을 실행에 옮겼다. 출근시간을 1시간30분이나 앞당긴 것이다. 내부에서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못하겠다면 사표를 내라고 호통치며 배수진을 쳤다.

효과는 위기가 닥쳤을 때 빛을 발했다. 다른 기업들이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굴릴 때 아침 일찍 업무를 시작한 은산은 일감을 무더기로 차지할 수 있었다. 감원과 임금 삭감으로 온 사회와 나라가 뒤숭숭했지만, 은산은 그 반대로 몸집을 쑥쑥 키웠다. 부동의 업계 1위 신화가 이뤄졌고, 양 회장과 직원들 간의 믿음이 더욱 공고해졌음은 물론이다. 하기야 2002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날고 긴다는 다국적 물류기업들이 위험한 성화봉송 물품 수송에 손사래를 쳤을 때도 '하면 된다'는 신념 하나로 해냈으니 더 말해 뭣하겠나.

시인이기도 한 양 회장의 대표작 '가족'을 음미해 보면 패밀리의 정에 경영 철학이 오버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늘 함께 하는 사이/ 어쩌다 헤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사이…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사이/ 너와 내가 아닌/ 우리. 상생의 바탕 위에 함께 커가는 '우리'를 꿈꾸는 기업인이 바로 양재생이 아닐까. 그는 희망과 긍정의 DNA를 퍼뜨리고자 오늘도 쉼없이 뛴다.


# 겁먹지 말고 큰 꿈 품으시라,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리니

■ 양 회장이 말하는 경영 팁

양 회장은 금강경에 나오는 '심상사성(心想事成)'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어떤 일이든 마음먹은 대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긍정적 마인드로 무장하면 열정이 샘솟고, 결국에는 뜻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다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레 겁먹거나, 자신감을 잃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큰 꿈을 가져야 큰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그가 강조하는 '긍정'은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몰입은 행복에 이르는 기막힌 삶의 기술이라는 게 골자다. 일과 놀이 사이에는 경계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의를 집중할 수 없고, 자신감이 부족하면 일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어렵다. 유희적인 삶은 곧 창의적인 생활로 연결되고, 이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방어적이고 긴장된 태도로는 결코 몰입할 수 없다. 이 이론은 문화철학자 호이징하가 내세운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와도 연결된다. 몰입하기 위해선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주의 집중이 이뤄져야만 한다. 사람들이 삶 속에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상태, 그게 양 회장이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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