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보험 가입 의무 없고
- 초과수당 월 10시간만 적용
- 임금·고용여건 차별 여전
- 300대 기업 60% "채용 계획 無"
- 참여기업 26%도 "축소 예정"
- 연속성 저하·숙련도 이유 손사래
"수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질적으로는 문제가 많아요. 숫자놀음에 불과해요."
부산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 박경득 소장은 박근혜 정부의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 대책과 관련, "개인의 자발적 수요와 부합하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는 저임금·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질 낮은 일자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제 일자리 정책으로 일자리 수는 다소 늘어났지만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할 수 있게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고용 현장의 현실은 많이 달랐다.
■근무 질 저하에 청년·고령층만 고용
시간제 근로자들은 전일제 근무자와 같은 시간을 일하지만 임금과 대우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부산의 한 호텔에서 청소일을 하는 박모(여·62) 씨는 "밤 9시에 출근하고 다음날 새벽 6시에 퇴근해 실제로 8시간 일하는데도, 시간제란 이유로 임금은 6시간밖에 안쳐준다"며 "하지만 이 나이에 시간제 일자리라도 구하는 게 쉽지 않아 감지덕지하며 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임금과 고용여건 등에서 정규직과 차별받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15시간 미만의 시간제 일자리는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4대 보험 가입 의무가 없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곳이 많다. 부산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시간제 근로자의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40시간인데 시간제는 수당이 월 10시간까지만 적용된다. 나머지 30시간은 무급으로 처리되는 셈이다.
늘어난 시간제 일자리를 주로 고령층과 청년층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도입할 때 경력 단절 여성의 일과 양육 양립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늘어난 16만 개 시간제 일자리(지난 3월 기준)의 80% 정도는 고령층과 청년층이 차지했다. 취업난 때문에 한창 일해야 할 청년이나 현역에서 은퇴한 고령층의 몫이었다.
■임금 부담 등에 기업도 난색
시간제 근로자 채용에 난색을 표하는 기업도 많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발표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시간선택제 근로자 채용계획'에 따르면 300대 기업 중 60.7%가 올해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았거나 채용할 계획이 없다. 또 이미 채용한 70개 기업 중 18곳(26%)은 지난해보다 시간선택제 채용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업무 연속성과 숙련도, 임금 문제. 현재 정부는 시간제 근로자 임금의 절반에 한해서 중소기업은 최대 월 80만 원, 대기업은 월 60만 원을 지원해 주지만 채용 1년 후에는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부산에서 게임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정모(49)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시간제 근로자는 업무 연속성과 숙련도가 의심되므로 채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순한 임금지원으로는 시간제 채용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래 신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통계라는 숫자놀음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전일제와 시간제를 근로자가 선택·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대차 노사 갈등에서 보듯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이동이 쉽지 않은 한국 노사 문화에서 시간 선택제가 가능할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