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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4층 극지연구 코너에 남극에서 탐사활동을 벌이는 대원들과 펭귄 등이 전시돼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 국립해양박물관 극지 코너
- 남극탐험대·펭귄 모형 등 빈약
- 세종기지 연구원과 대화시간
- 참가자들 "너무 짧다" 아쉬움
- 전문가들 "미래 대비 투자를"
- 조업·탐험기록, 남북극 과학기지
- 콘텐츠 체계적 수집·전시해야
-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필요
장면 1.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 4층 극지연구 코너. 청소년 20명이 몰려 남극 세종과학기지 연구원과 화상통화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있었다. "남극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요?" "가장 추울 때는 영하 몇 도까지 내려가나요?" "한국에서 남극까지 가는 데 며칠이나 걸리나요?" 질문이 쏟아졌다. 아쉽게도 20분 만에 주어진 대화 시간이 끝났다. 20명이 참가하다 보니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1분 정도. 너무 짧다는 게 참가자들의 반응이다. 박물관은 올 한 해 동안 2, 4주 토요일 세종기지 연구원과 대화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장면 2. 지난해 11월 3일 부산 북구 화명동 부산어촌민속관. 2006년 남극 세종과학기지와 2008년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취재한 박수현 국제신문 사진부장은 중학생에게 남북극의 자연환경을 설명했다. 박 부장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앰배서더와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재능기부위원으로 활동하며 극지에 관한 특강을 50여 차례 했다. 박 부장은 6일 "딱딱한 강의실에서 극지 체험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며 "극지를 보고 느끼며 배울 수 있는 극지박물관과 체험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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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세종기지 연구원과의 대화' 프로그램. |
지난 2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준공을 계기로 극지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극지 개척의 역사를 보여주고, 극지의 중요성을 청소년에게 교육할 수 있는 극지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극지박물관은 청소년에게 미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극지 개척의 꿈을 키워주는 산 교육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극지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남북극은 지하자원과 수산물 같은 식량자원을 보유한 비래 자원의 보고, 신해양 실크로드로 불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나 그 기회를 누릴 수 없다는 점.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남극은 남극조약에 따라 2048년까지 각국의 지하자원 개발이 금지돼 있다. 뒤집어보면 그 이후에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해양대 남청도 교수는 "극지박물관이 부산에 들어서면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극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모험심을 길러 40대가 되는 2049년 무렵 극지 개척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극지박물관은 대한민국을 짊어질 청소년의 극지 도전정신을 키워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해양박물관 극지 코너, 미흡
2012년 7월 개관한 국립해양박물관 4층에 극지연구 코너가 있다. 극지 전시공간은 206㎡로 작다. 2~4층 전시면적의 극히 일부분. ▷항해선박 ▷해양역사인물 ▷해양문화 ▷해양산업 ▷해양과학 ▷해양영토 ▷해양생물 ▷해양체험 등 8개의 주제관 가운데 해양과학관의 ▷해양과학사 ▷해양관측과 예보 ▷심해탐사 ▷극지연구 등 4개 하위 전시주제 중 하나가 극지다. 1985년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탐험대가 사용한 텐트와 펭귄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공간이 협소해 다양한 내용을 전시하지 못하고 안내판으로 설명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다 보니 박물관을 둘러보고도 극지 코너가 있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관람객이 많다. 이에 대해 해양박물관 관계자는 "해양을 주제로 한 박물관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야 하므로 한계가 있다"며 "예산이 허락된다면 해양에서 극지 분야를 특화한 극지박물관이 건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을 담아야 하나
극지박물관은 우리나라 극지 진출사에 관한 자료를 생생하게 담을 필요가 있다. ▷1963년 3월 미국 유학시절 우리나라 최초로 남극 대륙을 밟은 고 이병돈(1928~95)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교수 ▷1978년 12월 남빙양 크릴시범조업에 나선 남북수산의 남북호와 국립수산진흥원 조사단 ▷1985년 11월 한국해양소년단연맹 주도의 한국 남극관측탐험대 탐험도구와 일지 ▷남극 세종·장보고과학기지, 북극 다산과학기지 건설 ▷남북극 월동대 연구 및 활동, 대원들이 쓴 일기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극지박물관에 전시할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다만 1988년 남극 세종기지 건설 이후 활동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져 비교적 기록이 잘 돼 있지만, 그 이전 활동은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거나 오래돼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프람(Fram)박물관에 전시된 프람호처럼 남북호를 전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살아 있는 교육장으로
극지박물관은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은 기본이고, 미래를 위한 교육장 역할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에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극지를 개척할지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1985년 남극탐험대원을 비롯해 남북극 과학기지 월동대원, 극지 연구자를 초청해 청소년과 대화하며 극지에 관한 꿈과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박수현 부장은 "의학, 생물학, 건축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극지를 결합하면 극지의학, 극지생물학처럼 새로운 융합학문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테면 의상을 공부하는 학생은 극지에서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지 고민해보고, 법학도는 극지에 관한 국제법·조약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꿈과 전공 분야 이해의 폭을 넓힐 기회를 극지박물관이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남북극·그린란드 탐험 프람호 전시
■ 노르웨이 프람박물관
- 난센·아문센 등 사용물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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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오슬로 프람(Fram)박물관에 전시된 프람호 갑판. 남청도 한국해양대 교수 제공 |
우리나라는 2009년 11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7487t)를 건조하기 전까지 다른 나라의 쇄빙선을 빌려서 남북극에 갈 수 있었다. 바이킹의 후예 노르웨이는 우리보다 무려 110여 년이나 빠른 1892년 북극해 탐험을 위해 길이 39m, 너비 11m, 700t급 프람호를 건조했다. 프람호는 극지의 얼음에 둘러싸여도 빙압을 잘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덕택에 난센의 북극 탐험, 아문센의 남극 탐험, 스베르두르프의 그린란드 탐험 등에 두루 사용되며 남북극 관측조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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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전경. |
이 같은 역사를 간직한 프람호 실물을 노르웨이 오슬로 '프람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곳은 오슬로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 2012년 9월 노르웨이를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곳을 찾았다. 지난해 정부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참여했던 남청도 한국해양대 교수는 "프람박물관에 전시된 프람호와 난센과 아문센 같은 탐험가들이 사용했던 물품을 둘러봤더니 노르웨이의 개척정신과 상상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프람호에서 난센과 아문센이 영양 보충을 위해 즐겨 먹었던 초콜릿, 귀여운 북극곰 모자 같은 기념품은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적인 극지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람박물관 옆에는 해양박물관, 콘티키박물관이 있다. 해양박물관과 극지박물관이 중첩되지 않고, 독자적 영역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 영국 런던 '스콧 극지박물관', 노르웨이 트롬쇠 '폴라뮤지엄'·'폴라리아', 미국 알래스카대학 페어뱅크스분교 '북극박물관' 등도 북극 개척과 에스키모 생활상, 동물을 전시한 유명 극지박물관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