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금융사 4곳 추가로 확인
- 피해 금액 4000억 원 달할 듯
- 사기 혐의 KT ENS 직원 구속

KT 자회사 직원 등이 주도한 3000억 원대의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일부 시중·저축은행 직원의 공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경찰과 함께 이들 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이번 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KT ENS 직원 김모 씨와 납품업체 N사 대표가 연루된 이번 사기대출에 일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내부 직원이 공모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9일 밝혔다. 금감원은 이들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우리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부 직원들이 30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대출 사실을 사전에 몰랐을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내부 직원의 공모 없이는 사상 초유의 사기대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과 경찰의 이번 조사는 하나은행(1624억 원)과 BS저축은행(234억 원) 등 대출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188억 원) 농협은행(189억 원) 등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이미 특검을 받고 있는 은행들에 대해서는 여신 검사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BS저축은행은 금감원에서 별도의 인력이 투입돼 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 과정에서 내부 직원의 공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들 은행에 미치는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KT ENS에 대한 은행들의 법적 소송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박세춘 부원장보는 "은행들이 KT가 대기업이라는 사실만 과신한 채 여신 심사를 형식적으로 하거나 문제의식조차 갖지 않았다"며 "이들에 대한 검사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진행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이날 KT ENS 직원 김모 씨를 구속했다. 지난 6일 경찰에 자진출석한 이후 사흘 만이다. 김 씨는 KT ENS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6개사와 공모해 통신장비를 실제로 납품받지 않았으면서도 납품받은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2300억 원을 받아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 씨 등에 대출을 해준 금융사도 이제까지 드러난 13개 시중·저축은행 이외에 저축은행 4곳이 추가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애초 2800억 원으로 추산된 사기 혐의 금액은 최대 4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