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비 30% 감축 등 예산 긴축
- 방만경영 탈피·신사업 의지
- 기재부 내달 '해제 불가' 암시
- 최경수 이사장 취임 100일 안팎
- 고강도 경영정상화 내용 주목
사업비 30% 감축 등을 골자로 한 한국거래소(KRX)의 '예산 초긴축' 방안이 정부의 방만경영 기관 지정 직후인 12일 발표된 이유는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공공기관 지정해제 결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고강도 자체 개혁안 없이는 지정해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읽히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이미 '방만경영으로 낙인 찍힌 KRX가 이번에도 공공기관 자격을 벗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RX는 이날 '2014년도 예산 초긴축 편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방만경영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문구를 최우선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전날 기획재정부가 KRX의 꼬리표로 각인돼 온 방만경영에 메스를 가하기로 한 상황에서 '앞으로는 방만경영의 소지가 없도록 예산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방안 역시 업무추진비 45% 삭감 등 이제껏 KRX에서 볼 수 없었던 고강도 대책으로 채워졌다. KRX 전체경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전산 관련 비용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비용 절감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 현물시장과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등 정부 정책을 지원하거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 사업에 대해서는 충분한 예산을 책정하겠다며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는 정부가 올 초부터 공공기관 혁신을 강조하고 매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도 방만경영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KRX가 이제서야 비용절감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지정해제 여부의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뒷북 대책'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KRX는 지난달 14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0개 공공기관장을 불러 '파티는 끝났다'고 발언한 자리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해제 쪽으로 무게를 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현재 기재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계속해서 KRX를 공공기관으로 묶어놓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방만경영 지정 한 달 만인 내년 1월에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결정할 가능성이 적은 데다 기재부가 11일 밝힌 '내년 3분기 공공기관 중간평가' 방침도 일정상 'KRX 지정해제 불가'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KRX의 고질적 병폐로 각인돼 온 방만경영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기재부 공공정책국 정책총괄과 관계자는 "방만경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민영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고 이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경수 이사장 취임 100일을 전후해 발표되는 경영 정상화 대책의 강도에 따라 공공기관 지정해제 여부를 둘러싼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쇄신책 등을 강조하며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혔다. 경영 정상화 대책에는 애초 예고됐던 해외 거래소와의 경쟁력 강화 방안 이외에 조직개편을 통한 인력 효율화 방안과 긴축경영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운위의 한 민간 위원은 "결국 관건은 KRX가 얼마만큼의 개혁 의지를 보이는가에 달려 있다"며 "상황이 불리한 것은 맞지만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