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동양사태 피해 집계

- 부산, 8397명·3032억 원

- 1만 명당 피해자 전국 최대

- 시, 금융도시 조성 등에 집중

- 시민 금융교육·대책 부재도

8397명, 3032억 원. 동양증권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에 투자한 부산지역 피해자 수와 투자액이다. 금융감독원이 17일 집계한 전국의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 수는 4만1498명(투자액 1조6999억 원)으로 서울(1만661명·5824억 원), 부산, 경기도(4913명·1803억 원), 대구, 경남 순이었다. 인구 1만 명당 피해자 수는 부산이 24명으로 전국 지자체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서울은 11명으로 부산의 절반 수준이다. 

동양사태는 2011년 부산 서민경제를 뒤흔든 부산저축은행 부실과 삼부파이낸스 사태의 데자뷰(기시감)다. 만여 명대의 피해자와 1조 원대의 천문학적 피해 규모, 고금리·고위험 채권을 안전상품처럼 포장한 불완전판매가 똑 닮았다. 유독 부산에만 '초대형 금융사고'의 피해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고수익만 쫓는 투자자

김태혁 부산대 경영학과(금융공학 전공) 교수는 부산 투자자들의 위험 불감증과 낮은 금융지식을 원인으로 꼽았다. 투자성 상품은 예금과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동양사태도 CP를 원금보장 상품으로 오인해 피해를 당한 사례가 많았다. 김 교수는 "높은 수익률만 보고 이면의 위험성은 보지 못하는 잘못된 투자습관이 삼부파이낸스 사태부터 동양 사태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주로 금리에 민감한 서민들이 저축은행과 동양 회사채에 대거 투자했는데 이는 금융투자자 교육의 부재 결과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의 지인 위주의 관계영업 관행도 주요 원인이다. 저축은행과 동양 사태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기보다 인정에 따른 지인 위주 영업 관행으로 수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해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특히 금융지식도 없는 피해자들이 재산을 불려주겠다는 직원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투자하는가 하면, 가족 명의까지 써서 투자하다 날리는 등 사례도 제각각이다. 장병기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산은 제2 도시로 돈은 많지만, 수도권과 비교하면 금융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보도 적은 편"이라며 "저축은행이 여타 지역보다 많은 특성상 제2 금융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 행정력 부재가 피해 키워

전문가들은 잇따른 초대형 금융사고로 수만 명의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한 데 대해 부산시 책임론도 제기했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한시적 수습에만 급급할 뿐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에는 부산시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부산지역이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역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부산시가 금융중심도시를 만든다며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하드웨어에만 신경을 쓸 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나 시민들의 금융지식 수준 향상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시가 나서서 계층별·지역별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 관행 개선, 정책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혁 교수도 "금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산시와 금융투자협회가 경제금융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및 공적 금융상담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