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율 영구 인하에 따른 정부의 지방재정 보전 방안이 오히려 부산시 재정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유력 방안'으로 검토 중인 지방소비세율 인상이 실제로 시행되면 시 가용재원은 연간 900억 원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기획재정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재정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소비세율 인상 ▷재산세 과표 인상 등을 검토 중이다. 이 가운데 '재산세 과표 인상'은 지난 22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때 공식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으나 기재부가 최근 안전행정부에 건의한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특히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유력 방안으로 놓고 국토교통부와 안행부 등 경제 관련 부처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한 세금을 말한다. 현재 5%인 부가세 전환 비율을 10%로 높이면 지방소비세가 늘어나게 돼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재정 감소분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지방소비세율이 10%로 올라가면 올해 예산액 기준 부산시의 세입 증가 규모는 2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외형적인 증액에 불과할 뿐 정작 실질적 가용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가 제시한 '취득세 관련 동향보고' 자료를 보면 지방소비세율 인상(5%→10%)에 따라 지방교부금은 481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부금은 국가가 지자체 행정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내국세(부가세)의 19.24%를 해당 지자체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지방소비세율을 올리면 그만큼 부가세의 세수가 줄어들고, 이는 곧 지방교부금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시가 지방소비세의 20.27%를 부산시교육청에 지급하도록 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지방소비세율 인상으로 506억 원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결국 지방소비세율 인상에 따라 2500억 원의 세입이 늘더라도 987억 원(481억 원+506억 원)을 제외하면 시가 사용할 수 있는 실제 재원은 1513억 원이며,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시의 연간 세수결손액(2400억 원)을 대입하면 오히려 887억 원이 부족한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외형적으로는 세입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방교부금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실질 가용재원은 줄게 된다"며 "무엇보다 지방소비세율 인상 방안은 2011년부터 '지방재정 분권' 차원에서 논의가 된 것인데 이제 와서 취득세와 연결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재산세를 올려 지방재정을 보전하겠다는 '재산세 과표 인상' 계획도 논란이 예상된다. 취득세율을 1~3% 내렸을 경우 시 재원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재산세를 65%까지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집을 구입할 때 한 번만 내는 취득세와 달리 재산세는 매년 납부해야 하는 데다, '대중세' 성격을 갖고 있는 재산세는 소폭만 올리더라도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과제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취득세는 경제적 여유에 따른 재산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주택가격이 하락세임에도 재산세를 인상할 경우 지역 납세자의 저항이 심화할 것이다. 적절한 방안이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