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살림살이 거덜내려 하나
- 중앙정부에 예속 가속화 우려"
- 부산시 등 전국 지자체 반발
- 시·도지사협 오늘 긴급 회견
- 즉각 중단 촉구, 공동대응 모색

정부가 취득세 영구 인하를 단행하려 한다는 소식에 전국의 광역단체들은 "지방자치의 근본을 흔드는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한 전국 시·도지사들은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중앙정부의 반(反)지방분권 정책을 비판할 예정이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세수 2조8143억 원 중 취득세의 비중은 32%(8993억 원)에 달한다. 정부가 지방세의 근간인 취득세를 절반만 낮춰도 연간 2400억 원의 세수 결함이 발생해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종해 시 행정부시장은 "세수 보전대책도 없이 취득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인건비조차 감당이 어려운 지방의 살림살이를 파탄 나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5월 부산시의 취득세 징수액은 3317억 원으로 지난해 3480억 원 대비 4.7%(163억 원)가 덜 걷혔다. 정부가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50% 인하한 탓에 주택거래량은 11.6% 늘었으나 세수는 감소한 것이다.

경남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1년 현재 경남도 취득세는 1조1571억 원으로 전체 도세 2조58억 원의 58%나 차지했다. 경남도는 9억 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를 2%에서 1%로 인하하면 연간 18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 역시 주택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면 연간 690억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감소분 보전을 위해 재산세를 인상하면 50대 이상 주택소유층의 조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해 격렬한 조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재율 지방분권부산연대 대표는 "중앙정부가 지방세제를 임의로 개편하는 것은 지방재정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지방자치·지방분권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취득세 영구 감면에 따른 정부의 세수 보전대책도 '윗돌 빼 아랫돌 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취득세를 인하하는 대신에 ▷재산세 인상 ▷지방소비세율 인상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상향조정 ▷비과세·감면 축소 ▷담배소비세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취득세 결손을 보전하려고 재산세를 인상하면 국민의 조세저항과 함께 광역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불필요한 마찰이 예상된다. 취득세는 시·도세인 반면에 재산세는 시·구·군세이기 때문이다. 취득세는 1회성 세금인 데 비해 재산세는 소득이 없는 은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 또 취득세 감면분을 보전하려면 현행 납세자들의 재산세 부담을 배 이상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 부가세의 5%인 지방소비세율을 10%로 인상하기로 공약한 마당에 취득세 대책으로 다시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상향 조정은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의 의존도만 가중시키고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비과세·감면 축소 역시 자치단체가 이미 시행 중이어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남도 정환원 세정과장은 "집값이 너무 높아 집을 살 수 없는데 국토부는 마치 취득세가 부동산 거래를 방해하는 주범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취득세율 인하 시 세수결손 규모 부산시  연간 2400억 원  울산시  연간 690억 원  경남도  연간 1800억 원 전국  연간 2조9000억 원 ※자료 : 부산시 등, 9억 원 이하 주택 기준 2%→1% 인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