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환수율 절반으로 급감
- 개인금고 판매량은 증가세
#국세청은 최근 부동산 임대업자인 A 씨에게 소득세 3억1700만 원을 추징했다. A 씨는 종합소득세 신고 소득에 비해 소비와 지출 금액이 커 사후 검증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아들이 무상으로 사용한 사무실 임대 수입금을 누락한 데다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친인척 명의의 인건비를 필요 경비로 올렸다.
#부산세무사회 소속 B 세무사는 최근 고객에게서 놀라운 말을 들었다. 세무서가 과거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수만 원대 소액 세금 차액도 다시 조사해 환수한다는 것이다. 평소 친한 국세청 직원으로부터 기업 측의 탈세 정보를 알려줄 수 없느냐는 청탁을 받기도 한다.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대대적인 세원 발굴에 나선 데다 금융종합과세 부과 기준이 연 2000만 원 이상으로 하향조정되면서 세원 노출을 꺼리는 고액자산가들이 소비·지출을 줄이는 대신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자산관리가)는 9일 "돈의 흐름을 추적하면서 은행에서 예금을 찾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은행에 채권이나 귀금속을 맡겨 두는 개인금고 이용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가 지난 6일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FIU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 같은 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조사를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제공하는 1000만 원 이상 금융거래 정보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고액자산가들은 현금 추적이 가능한 예금보다는 가정이나 은밀한 장소에 '현금'을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바도 상속·증여용으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는 판매처에서 일련번호가 기록되기 때문에 정보가 노출된다.
이날 한국은행 부산본부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5만 원권 환수율은 지난해 4분기 65.7%에 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한 이후인 올 1분기에는 33.2%로 절반으로 줄었다.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지난 2월 설을 맞아 5만 원권을 시중에 많이 풀어 회수율이 낮다고 분석했지만 전문가들은 상당액이 시중에 돌지 않고 개인금고 등에 잠들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유층 과세가 강화되고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개인금고 판매도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최근 10% 이상 증가했다. 개인금고가 인기를 끌면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 울산점에 개인금고 매장을 열기도 했다. 개인금고는 크기와 디자인에 따라 130만~ 500만 원의 고가인데도 수요가 많다.
백화점 판매 수익을 좌우하는 상위 20%에 해당하는 VVIP고객들도 과도한 소비지출로 세금 조사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지갑을 닫고 있다. 4월 유통업계의 백화점 VVIP 매출액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지역경제계 한 인사는 "국세청과 공정위, 검찰이 나서 세무조사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과도한 활동에 나서면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지갑을 닫는 민간소비 위축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