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사 지속땐 납품업체 큰 피해
1승이 절실한 신임감독(정부)은 위기(물가 상승)를 맞자 불펜에 전화를 건다. 곧바로 구원투수(대형마트)가 마운드에 올라온다. 어제 등판한 뒤 충분한 휴식을 갖지도 못한 상황이지만, 신임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 등판을 자청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유통업체를 압박해(?) 할인행사를 벌이는 상황을 신임감독의 무리수에 빗댄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박근혜 정부가 유통업계에 서민 물가안정을 주문하면서 지난달 '역대 최저'를 외치며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펼쳤던 대형마트들이 이달 들어 또다시 대규모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다음 달 1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다음 달 24일까지 5주간 3000여 품목을 최대 50%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달 돈육 할인행사를 펼쳤던 이마트도 농림수산식품부의 '긴급 요청'에 따라 27일까지 삼겹살과 앞다리살 등을 최대 44% 할인해 판매한다. 홈플러스도 이달 한 달 동안 '10년 전 가격'이라는 이름의 할인행사를 열고, 농협 하나로클럽 역시 민생 물가안정 총력전을 선언하며 연중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최저가 할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내수침체와 의무휴업 등 규제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 할인행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물가안정에 대한 협조까지 하는 상황에서 벌이는 유통업체들의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자발적인 판촉행사로 볼 수 있을까?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그렇다면 유통업체들이 40~50% 이상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계속해도 영향이 없을 정도로 지금까지 폭리를 취해온 것일까. 답은 대형마트 납품업체에서 찾아야 한다. 계속된 할인행사로 대형마트도 마진이 일부분 줄겠지만, 더 큰 피해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영세업체들이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납품업체 쥐어짜기'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라는 흐름에 배치되는 (납품업체) 쥐어짜기는 있을 수 없다"면서 "마트의 운영과 유통경비를 줄여 손실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납품업계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1+1' 행사나 할인행사가 진행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영세 납품업체다. 노마진이나 역마진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끊어질까 봐 말을 못할 뿐"이라며 "향후 상당 기간 이 같은 트렌드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불안감이 크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