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경쟁에 갈아타기 소동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의 판매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 특히 소득이 적은 자녀나 형제자매 명의로 가입하고 돈을 넣어주는 편법증여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은행원들이 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불완전 판매를 하는 사례도 많다.
■편법증여 수단으로 활용
직장인 김모(41) 씨는 지난해 연봉이 5000만 원을 조금 넘었다. 원래 소득으로는 재형저축에 가입할 수 없게된 김 씨는 연봉이 3000만 원대인 동생의 명의로 가입하고 매달 30만 원씩 돈을 내주기로 했다. 재형저축이 다른 예금 상품에 비해 1%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다 보니 김 씨처럼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형제나 자녀 명의로 가입하는 고소득자들이 많다.
지역 은행 관계자는 "PB고객들 중에서 50대 고소득 성인이 자녀를 재형저축에 가입시킬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서민층의 재산 형성을 돕자고 부활한 재형저축이 고소득층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재형저축 가입자 가운데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금액을 저축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후 검증을 실시키로 했다. 국세청은 올 하반기 은행권에서 재형저축 가입자 명단을 넘겨받아 2012년 소득 등이 재형저축 가입요건에 맞는지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불완전 판매 부작용 우려
은행에 따라선 직원별로 유치 계좌수를 할당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묻지마식' 가입을 유도하거나 중도해지 시 받게 되는 불이익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도 높다.
한 은행 고객은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보여 나중에 가입하겠다고 했더니 은행에선 1만 원만 넣고 가입하라고 권유해 일단 계좌만 텄다"며 "상품구조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무작정 가입해도 되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은행원들은 스스로 사비를 입금해 가족이나 지인 명의의 만 원짜리 통장을 여러 개 만드는 일도 벌어지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은행들의 과도한 금리경쟁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외환은행이 첫날(6일) 연 4.3%의 금리를 적용했다가 이튿날 곧바로 연 4.6%로 올린 데 이어 부산은행도 지난 8일 금리를 0.4%포인트나 높였다. 이 때문에 전날 재형저축에 가입했던 고객들이 다시 은행을 방문해 신상품으로 갈아타는 소동도 빚어졌다. 이처럼 은행 금리가 연일 오르자 가입자들도 10만 원 이하의 적은 돈만 넣어놓고 은행 간 최고 금리를 비교하는 눈치작전을 펼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