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북구의 한 식당에서 시급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한 근로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근무시간 줄여 일자리 창출
- 저임금 영세업체 근로자들, 실질소득 크게 감소 치명타
- 재계도 "인력·설비 확충 부담"…노조측도 특근 없어져 반발

정부는 최근 새로운 노동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40시간 법정근로에 12시간 한도의 연장근로를 인정해 최대 주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휴일 특근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아 최대 주 68시간 근무(법정근무 40시간+연장근무 12시간+토·일 16시간)까지 가능했다. 개정안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근로시간제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특례업종을 정리하면서 금융, 숙박업, 음식점 및 주점업 등 16개 업종을 제외해 이들 업종의 종사자도 주 52시간 이상 일하지 못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영세 자영업·소기업의 근로자와 업주뿐만 아니라 대기업마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벼랑끝 근로자와 자영업자

특히 이 정책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에게 치명타다. 초과 근무수당으로 근근이 생활해 왔는데 그마저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부산 북구 덕천동의 한 횟집에서 일하는 이모(31) 씨는 일주일에 6일 12시간씩 일해 120만 원 정도 받는다. 이 씨는 "새로운 정책 때문에 시급제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난감해 했다. 근로자들은 줄어들 급여를 메우기 위해 또 다른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영세 자영업이나 소기업에도 피해가 크다. 경기 침체로 부도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나 영세 사업주는 새로운 사람을 뽑을 여유가 없다.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여·41) 씨는 "종업원과 협의해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정부는 16개 업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 전체 근로자의 37.9%인 400만 명에 달하는 특례제도 적용자가 140만 명(13%) 수준으로 감소해 근로자의 근로 환경과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기업도 아우성

대기업도 사측과 노조측 모두 반대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 중 최대 고용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는 이 문제로 노사가 뜨겁다.

노조는 공휴일, 토·일요일 특근이 법정근로시간에 포함되면 근로자들은 평일 주간 근무의 최대 3.5배에 달하는 특근수당이 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공휴일 특근이 없어지면 사실상 급여가 반토막 난다. 회사도 생산력이 저하돼 고용 불안이 커진다. 노사 모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측도 "정부 안대로라면 4만5000여 명에 달하는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가 매주 16시간 조업을 안 하는 것과 같다"며 "생산 손실을 메우려면 인력과 설비를 현재보다 최소 20~30%는 늘려야 하는데 이는 채산성 악화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법 부추기는 정부정책

정부 정책은 저소득 근로자들과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폐해를 낳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들은 4대 보험을 포기하면서까지 조금이라고 급여를 올리려고 한다. 사회복지연대 관계자는 "4대 보험 혜택을 포기하는 대신 돈을 더 받겠다는 근로자들의 상담이 종종 들어온다. 대부분이 마지막 선택으로 4대 보험을 포기하고 무적 근로자 인생을 살아간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부산진구의 냉면집 업주 박모(42) 씨는 "현재 음식점 대부분 종업원은 4명까지만 쓰고 나머지는 4대 보험 없이 시급을 받고 무적자로 일할 사람만 고용했는데, 이들은 고용노동청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1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4대 보험이 적용돼 이를 부담스럽게 여긴 업주들이 시급만 받고 무적 신분으로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이 같은 고용 형태는 불법이다. 사업주가 종업원을 고용노동청에 등록하지 않으면 종업원은 무적자 신분이 돼 4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당연히 업주는 이들에게 주는 급여를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는다. 부산국세청 관계자는 이를 "명백한 탈세"라고 규정했다.

당국은 단속조차 못 한다.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종업원을 무적 근로자로 바꿔 일을 시키거나, 무적 근로자만으로 사업장을 운영하더라도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