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겨냥 '주 52시간 근로' 숙박업·음식점 등 확대 추진
- 가뜩이나 장사 안 돼 힘든데 근로자 추가 고용 부담까지
- 임금 깎이는 근로자도 불만
정모(27) 씨는 세 달째 부산 북구 덕천동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서빙, 배달 등을 하고 있다. 1주일에 60시간 정도 근무해 한 달에 받는 돈은 110여만 원. 정 씨는 최근 업주와 협의해 4대 보험 혜택을 못 받는 시급 5500원짜리 무등록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기로 했다. 120만 원에 불과한 월급에서 4대 보험료로 10여만 원을 떼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정 씨는 "4대 보험을 포기하는 건 아쉽지만 이 일을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판에 월급에서 돈을 떼기가 아까워 시간제 알바 근무를 택했다"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2006년부터 근로자 1인 이상 고용업체의 사업주는 고용·산재·건강·국민 등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주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로 장사가 안돼 근로자와 절반씩 나눠 부과되는 건강보험·국민연금과 전액 내야 하는 산재보험 등이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사업주 역시 시급제 무등록 아르바이트 고용으로 4대 보험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사회 양극화 심화 등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기업체 및 해당 근로자들이 생존을 위해 법의 사각지대까지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일자리 창출로 근로자를 살리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자영업·소기업의 근로자와 사업주의 목을 죄고 있다. 정부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근로시간 법제는 주당 40시간의 법정근로에 12시간까지의 연장근로를 인정하고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서 제외했는데, 앞으로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못하게 했다.
또 그동안 숙박업, 음식점업, 주점업 등 16개 업종은 근로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특례업종'으로 인정받았는데 정부가 특례업종 제외를 추진해 앞으로 주당 '무제한 근로'에서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된다.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이 줄어 가뜩이나 적은 임금이 더 줄어들고 업주는 파산 위기에서도 근로자를 추가 고용해야 할 처지다. 사정이 이렇자 대기업인 현대자동차도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낼 정도다.
부산경실련 관계자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자영업과 소기업의 딱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많은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과 문성호 감독관은 "초기에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개정 법령이 정착되면 업주나 근로자의 인식이 개선돼 노동환경이 좋아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