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 "시장원리에 안 맞다"
정치권이 선거를 맞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부활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민심잡기 대책을 잇따라 내놓자 경제계가 반발하고 있다. 경제계는 20일 "여야가 민심을 잡기 위해 각종 규제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인의 입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제인들의 이 같은 불만은 현실화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지난 19일 출총제를 보완하겠다고 밝히면서 현 정부 들어 폐지됐던 출총제의 부활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민주통합당이 부활을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나온 발언이라 경제계는 주목하고 있다.
출총제는 순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 그룹은 계열사에 대한 출자 한도를 순자산의 40%까지로 제한하는 것이다. 양극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재벌 규제 수단으로 내놓을 수 있는 공약인 셈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대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출총제가 국내 투자에 적용될 뿐 해외 투자나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출총제를 핑계로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근로자 임금이 싼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국내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LG·SK·GS·LS그룹 등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은 출총제 적용에서 제외돼 실제로 규제를 받는 그룹은 삼성·롯데 등 4, 5곳에 불과하다.
경제계는 통합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까지 합세한 형국이어서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어떤 식으로든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신금융업계는 한나라당이 지난 19일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장기적으로 1.5%까지 낮추겠다는 대책을 내놓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부터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낮추고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2억 원 이하로 확대했는데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통합당도 20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추진할 예정이어서 카드업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여야의 수수료 인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민주당이 발의해 놓은 중소영세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여신금융업법과 세법 개정안의 통과가 무난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계가 민심잡기 정책 일환으로 신용카드와 관련한 문제를 계속 부각시킬 것으로 보여 카드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나름대로 수수료 체계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데 여당이 나서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