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재정위기 직격탄
- 지역협력업체들도 '휘청'
- 너도나도 비상경영 돌입
부산의 동력으로 불리는 조선기자재업계가 글로벌 재정 위기 여파로 굵직한 계약을 놓치는 등 연초부터 잇따른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중견기업들의 계약이 잇따라 해지되거나 축소되면서 중소기업계에까지 여파가 이어질 기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조선기자재업체들은 고삐를 죄며 비상경영 태세에 돌입했다.
10일 지역 업계에 따르면 중견 조선기자재업체 오리엔탈정공은 최근 필리핀 엘레건트선박과 체결했던 오일·화학탱크 15척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금액은 전년 매출의 56%인 1841억 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금융 위기로 인해 선주사의 선박금융에 차질이 생겼다. 더는 기다릴 수 없어 계약 해지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견 단조업체 현진소재는 지난해 12월 29일 중국 항저우조선소와 359억 원에 체결한 선박엔진용 부품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중국 내수시장이 어렵고 신규 물량이 줄면서 상대방이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단조업체 태웅은 지난해 12월 28일 GE와 맺은 단조품 공급 계약액을 2207억 원에서 16억9000만 원으로 축소했다고 공시했다. 이유는 세계 재정 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로 단조부품 공급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유럽 지멘스와 체결한 2100억 원대 풍력부품 공급계약을 1300억 원대로 줄였고, 현대중공업과 맺은 단조부품 계약은 2500억 원에서 1200억 원으로 축소했다고 공시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조선업계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대형 계약을 해지하거나 축소하면서 이들의 협력업체까지 수주에 차질을 빚게 됐다. 지역 경제계에 '불황 쓰나미'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조선업계에 이처럼 악재가 겹치는 것은 글로벌 재정 위기 여파로 세계 조선업계가 불황이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선주가 몰려 있는 그리스 등 유럽에서 선박 발주 취소나 계약 연기 등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2008년 의욕적으로 조선산업 육성에 나섰던 중국마저 세계 선박수주량 감소로 물량이 크게 줄었다. 조선기자재업체의 주요 수출 판로가 막히고 있는 것이다. 조선기자재업체 관계자는 "올해부터 국내 조선소가 지난해 중국과 경쟁해서 수주한 저가 선박 건조에 들어가게 되면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 긴축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