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의 경제팀 인선 발표 이후 다우지수가 396 포인트(4.9%)오른 가운데 24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중개인들이 밝은 표정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AFP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팀이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라인으로 짜여져 루빈의 정책 노선인 '루비노믹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발표된 오바마의 경제팀은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재무장관을,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백악관 선임자문역을, 피터 오스자그가 예산실장을 맡게됐다. 이들은 모두 이른바 '루비노믹스'를 신봉하는 루빈 전장관 인맥들이다. 심지어 오바마 경제팀 인선에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도 루빈 장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다 그가 씨티그룹으로 옮기자 같이 움직였던 마이클 프로먼과 루빈의 아들 제임스 루빈이었다.

루비노믹스는 균형예산과 자유무역, 금융규제 완화로 특징지워지며 루빈이 재무장관을 맡던 90년대 클린턴 정부 시절의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미국이 대규모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금융위기로 금융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야할 필요성이 커지는 시점이어서 루비노믹스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바마의 경제팀이 사실상 루빈 사단으로 꾸려진 것은 민주당 내 루빈의 인기를 입증한 것이라면서도 당시와 시대가 달라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바마가 공약한 경제정책 방향이나 현재의 상황은 루비노믹스가 지향하는 것과는 다른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는 금융위기의 확산을 피하기 위해 루빈이 과거 했던 것과는 달리 규제 강화에 나설 것을 공약해왔고 균형재정 대신 어려움을 겪는 실업자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위해 재정적자 문제는 제쳐놓고 수천억 달러를 지출하는 경기부양책을 펼쳐 최소 2년간 적자를 키워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루빈은 씨티그룹이 최근 어려움을 겪으면서 씨티그룹 집행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재무장관 시절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간의 벽을 허무는 규제 완화로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이렇게 되자 루빈이나 그의 사단들도 오바마가 떠안을 국제 경제위기에 맞서 자신들의 오랜 원칙의 일부를 거부하거나 옆으로 제쳐두는 등 새로운 노선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 성향의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이코노미스트인 재러드 번스타인은 재정적자 축소에 집착하는 루비노믹스에 반감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루빈과 한 신문에 공동으로 칼럼을 쓰면서 지출이나 규제, 교역 문제 등에서 과거의 견해차가 크게 줄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서머스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공개적으로 요구, 루비노믹스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오바마가 지난 주말 밝힌 2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기부양책에도 서머스의 손길이 미쳤음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백악관에 들어갈 서머스와 재무장관을 맡을 가이스너 간에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으나 이 두 사람과 잘 아는 관계자들은 1990년 재무부에 근무할 당시 이들이 잘 지냈고 가이스너를 차관으로 승진시킨 사람도 부장관이었던 서머스였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