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우리 증시에는 사상 최악의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8일 코스피지수는 한때 60포인트 이상 급락한 1509선까지 밀리는 등 폭락장세를 연출했다. 외국인들은 22일째 6조여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셀코리아'에 나섰고, 정부의 환율 안정정책은 되레 이들의 매도를 부추겼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증시폭락 왜
이희웅 JP모건 이사는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 전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라면서 "인플레이션, 향후 실적 불안, 미국발 금융경색 등이 모두 겹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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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외국인들의 그칠 줄 모르는 매도 행진에 미국발 신용경색 우려까지 겹치면서 급락세를 보인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들이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한마디로 지난달 말부터 계속 발표된 경제지표를 고려해 볼 때 이번 폭락은 충분히 예견된 사태라는 것이 금융계의 설명이다. 더구나 하반기 전망지표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주가 폭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밑지고라도 팔겠다는 손절매 투자자가 늘어나면 코스피지수 1500선, 코스닥 지수 500선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한데 향후 뚜렷한 호재가 없다는 점에서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우울한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저가 매수세도 실종됐다.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태로 이미 심리적으로는 패닉 상황이라고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전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연기금 등을 동원해 실탄을 투입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이 같은 주가 하락기에 연기금을 투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측의 입장이다. 또 주가 하락으로 민영화를 앞둔 공기업들의 몸값이 떨어져 지금 상태로는 민영화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환율정책이 또 사고쳤다?
이날 증시에서는 정부의 환율안정 정책에 대한 실책론이 재부각됐다. 저환율이 필요하던 상반기에는 고환율 정책, 고환율이 필요한 하반기에는 저환율 정책을 써 외국인의 이탈을 부채질했다는 것. 또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주는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반기 수출주 실적의 상당부분은 '고환율효과'였다는 설명이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화가 강세로 가야 할 때 정부가 약세로 보내더니 지금 약세로 가야 할 타이밍에서 시장개입을 통해 강세로 보내고 있다"면서 "이 같은 환율 교란으로 인해 시장이 흐름을 못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말 국내 경기가 나쁘지 않고 미국 경제가 신용경색 위기를 맞았을 때 우리 정부는 뜬금없는 고환율정책을 폈다. 물론 엔화는 초강세였다. 당시 정부의 개입으로 원화는 보름 만에 100원 가까이 오르면서 환헤지 시장 붕괴를 가져왔다.
반면 국내 경기 불안 요인이 더 큰 지금은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맞지만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려 한다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흐름상 앞으로 환율이 오를 게 뻔한데 정부가 붙잡아 놓으니 지금이라도 팔아야 한다는 심리가 발동했다"면서 "정부가 단기적으로 환율상승을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무역적자 등으로 인해 결국은 환율이 뛸 것이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런 지적의 이면에는 시장에 일일이 개입하는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