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혹시 전망을 물을까봐 겁이 났거든요."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8일 하루종일 애써 고객을 피했다고 한다. 고개들에게 최근 여러차례 "이제 바닥이 가까워진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해 '개미들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흘릴 눈물도 없어요"라고 말한다. 잃을 만큼 다 잃었고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는 탓이다. 회사원 김진현(39) 씨는 "요즘 주식은 애써 잊고 지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자포자기다. 김 씨는 "지난해 초 부모님 몰래 적금을 깨 5000만 원 투자했는데 절반도 남지 않았고, 장이 살아날 때 투자할 실탄이 없어질까봐 더욱 걱정"이라며 "개미에게 있어 올해는 시련의 계절"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폭락한 이날 증권사 객장마다 분위기는 비슷했다. 매도와 매수 모두 실종된 상태다. 증권사 직원들은 "공포감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망과 매매 시점에 대한 문의는 지난주보다 오히려 줄었다. 매수나 매매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자주 빗나간 분석에 투자자들이 지칠 대로 지친 탓이기도 하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한 증권사 영업직원은 "증시를 좀 안다는 투자자들조차 '두렵다, 답이 안 나온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초보 투자자들은 '바닥 찍고 올라가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하지만 예전처럼 폭락할 때 더 넣어보자는 배짱 멘트나 액션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초 주가 하락시에는 하락을 이용한 매수시점을 찾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번은 다르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도 체면이 말이 아니다. 1600대 붕괴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추가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가 연이은 주가 폭락으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동래구 명륜동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지점 분위기가 최악이란 말을 벌써 여러차례 했다"면서 "계속되는 문의에 전화받기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아예 대답을 거부해야 할 판이라고 말하는 동료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투자자나 객장 직원이나 모두 주식을 생각하기 싫다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