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자본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이 증가하면서 지역기업들도 경영권 방어에 고심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적은 코스닥 상장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초다수결의제'를 채택하거나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7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지역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적대적 M&A와 관련된 조회 공시가 전체의 45%에 이르는 등 경영권 문제가 대두하자 부울경 기업 6개를 포함해 70여 개 코스닥 상장사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정관변경을 했거나 시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기자재 업체인 오리엔탈정공(부산 강서구 송정동)은 지난 13일 이사의 해임을 결의할 때는 출석한 주주의 100분의 90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70 이상을 의결정족수로 정하는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했다. 나라엠앤디(경남 창원시 성주동)와 삼성수산(부산 서구 충무동)도 지난해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해 적대적 M&A로 인한 지배권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높은 정족수의 찬성을 얻도록 했다.
조광ILI(부산 강서구 송정동)는 지난해 임원의 보수와 퇴직금 규정을 바꿨다. 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실직할 경우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퇴직보상액으로 대표이사에게 30억 원 이상, 이사에게 20억 원 이상을 지급도록 하는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했다.
이러한 경영권 방어 수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조항을 무분별하게 도입할 경우 경영진의 긴장감을 늦추고 회사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본사 업체에 인수되면서 본사 소재지를 부산에서 서울로 바꾼 사라콤은 최근 주총에서 임원이 임기 중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실직할 경우 대표이사에게 100억 원, 이사에게 20억 원을 각각 지급토록 하는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하려다 부결됐다. 회사 관계자는 "황금낙하산 조항에 대해 주주와 시장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면서 "신규사업 추진 등으로 적대적 M&A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라콤의 한 소액주주는 "주주 입장에서는 M&A를 주가 상승 기회로 볼 수 있는데, 회사가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CJ투자증권 공주석 부장은 "상장기업이 경영권 방어 조항을 도입하는 것은 실제 적대적 M&A여부를 떠나 사전대비 차원"이라면서 "황금낙하산 등 과도한 경영권 방어 조항은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다수결의제
정관에 절대 다수의 주주가 찬성해야만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 제도.
▶황금낙하산
적대적 M&A로 경영진이 사임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이나 극히 낮은 가격의 스톡옵션을 받을 권리를 정관에 정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