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삼성전자의 굴욕'이라 할 만하다.
코스피지수가 1657.91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쓴 28일, 삼성전자는 11개월 여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7년7개월만에 10% 이하로 떨어졌다.
▲날개 없는 추락=삼성전자는 이날 54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보다 4000원이 더 빠지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55만 원이 맥없이 무너졌다. 지난 2006년 6월13일 54만9000원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0조7200억 원으로 줄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91%로 낮아졌다. 10% 이하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1999년 10월20일 이후 처음이다. 22.95%에 달했던 2004년 4월23일 당시의 위세는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삼성전자가 얼마나 형편 없는 상황에 놓였는 지는 코스피지수의 움직임과 함께 보면 더욱 극명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31일 74만 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지수는 1399.83이었다. 이 때부터 28일까지 지수가 18.4%(258.08포인트) 오르는 동안에 주가는 도리어 25.9%(19만2000원)나 빠진 셈이다.
이러다 보니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가진 이건희 회장도 보유주식 평가액 순위에서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지난 18일 현재 이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1조644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7.3% 줄었다.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 주식 820만 주에 대한 평가액이 작년말 1조345억 원에서 2조3111억 원으로 123.41% 늘어나며 형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 회장을 제치고 10대 그룹 주요 주주 중 주식 부자 1위를 차지했다.
▲왜 이럴까=삼성전자의 실적이 좋지 못한 게 최대 원인이란 지적이다.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 업종의 글로벌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반도체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정도로 힘든 상황에 놓이면서 외면받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시장'이란 공식이 깨진 것이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 등 세계경제의 성장축 재편→국내 주도업종의 변화→증시 다변화 촉발 등 일련의 흐름에 따라 삼성전자의 위상도 변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란 분석이다. 증시 대표주에서 상장종목 중 하나로 전환되는 과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1650을 넘었다는 것은 업종간 주가 재편이 활발했음을 보여준다"며 "이제 삼성전자가 움직이지 못해 시장이 나아가지 못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