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미역 특산지인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 해안.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고품질 미역 양식시험을 하는 곳이다. 품종은 일본 산리쿠산과 가마이시산. 전남 해안에서 주로 양식하는 종이다. 김준태 어촌지도사는 "부산에서도 대량 생산에 성공하면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일본이 종자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회원국인 한국은 2009년부터 모든 작물에 품종보호제도(식물 로열티)를 도입한다. '바다 식물'인 해조류도 예외가 아니다. 장미처럼 외국종자를 쓰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전남대 신종암(양식생물학) 교수는 "해조류는 토종 신품종이 하나도 없다"면서 "2~3년 지나면 해조류 종자 로열티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례 2=매년 350만~450만 속(한 속은 마른 김 100장)의 김을 생산하는 부산 강서구 앞바다. 이곳에서 양식하는 품종은 100% 일본산. 어민 26명에게 '품종보호제도'에 대해 아는지 물었다. 고작 4명만이 "들어봤다"고 응답했다. 이종옥 녹산어촌계장은 "김에도 로열티가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종자(種子)는 곧 돈이다. 수입 종자를 사용한 대가로 우리가 물어야 하는 로열티는 농업 분야에서만 연간 1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다행히 농림부는 국립종자관리소와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를 통해 토종 품종 개발에 나섰다. 농업 부문에선 품종보호제도가 시행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89개 품종 2892건 가운데 1702건이 품종보호권을 받았다.
반면 해조류는 아예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품종보호대상으로 지정된 해조류는 한 건도 없다. 해조류의 신품종 여부를 판별할 기준조차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센터 황미숙 박사는 "육종가에서 새 김을 개발하더라도 '신품종'이라는 도장(품종등록권)을 찍어줄 정부기관이 없다"면서 "해조류 품종보호권을 전담할 종자은행이 하루빨리 설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 해조류 생산액은 2550억 원이다. 종묘 생산시장은 100억~150억 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김 종묘 생산액은 75억 원으로 해조류 중 가장 많았다. 문제는 김 종묘의 40% 이상이 일본산이라는 점이다. 만약 2009년부터 일본이 수입산 김에 대한 DNA 검사를 실시해 자국 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요구한다면 수출시장이 막힐 수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일본의 기술력이다. 일본은 1990년대 벌써 김 종자 4개를 품종등록했다. 목포대 박찬선(해양수산자원전공) 교수는 "생산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소 50억 원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미 재배농가가 지급한 로열티(40억~50억 원 추산)와 비슷하다. 박 교수는 "일본은 마음만 먹는다면 2년 내에 수십 개의 신품종을 등록할 기술이 있다"며 "방심하다가는 종자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품종보호제도란
육종가에 신품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권리를 독점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종의 특허권이다. 유럽국가들이 1961년 '식물 신품종의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체결했다. 1968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이 발족됐다. 회원국은 63개국이며 한국은 2002년 가입했다. 2009년부터는 해조류를 포함한 모든 작물로 품종보호제도가 확대된다.
국내 재배농가나 양식 어민이 종자나 종묘를 무단 재배·증식할 경우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 품종 보호를 받으려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 품종 보호권을 획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