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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뒤셀도르프 시의 8구의회 의원들이 지난달 15일 아파트 신축 허가 신청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독일은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아래 또 하나의 자치 의회인 구의회를 구성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뒤셀도르프 = 송진영 기자 |
- “지방의회와 직접 연결돼야”
우리의 주민자치회와 스코틀랜드의 지역사회협의회(Community Council), 독일의 구의회(Bezirksvertretung)는 도입 배경부터 매우 유사하다. 독일이 지방자치에서 구의회를 도입한 것은 1970년대 행정구역 개편과정에서 게마인데(Gemeinde·우리의 기초단체에 해당)의 통폐합 이후다. 게마인데 통폐합으로 주민의 참여와 생활자치의 공간이 대폭 줄면서 게마인데 아래 법인격이 부여되지 않은 ‘구(Stadtbezirk·구역으로도 지칭)’를 만들어 주민자치 및 생활자치 공간을 확보했다. 스코틀랜드 역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행정통합 이후 지역 주민의 소외감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협의회를 도입했다.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주민자치회가 도입된 배경도 비슷하다. 정부는 1999년 IMF 위기 극복 이후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을 축소했고, 2010년부터는 창원시 등 시·군·구의 통합에 나섰다. 이에 주민 참여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2013년 주민자치회(전국 읍·면·동 31곳 대상) 제도를 시범 실시했고, 13년 간의 기나긴 세월을 지나 2026년 10월 15일 주민자치회는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법적 기구로 출범했다. 해당 조항은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민자치회를 설명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산 206개 읍·면·동에서 주민자치회가 있는 곳은 19개 동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시민은 주민자치회가 지난달부터 법제화한 사실은커녕 역할과 기능도 모르는 실정이다. 결국 주민이 참여 대신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주민자치회는 ‘별난 동네 사람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시에서도 지역사회협의회 제도 도입 때와는 달리 현재는 경쟁 없이 입후보만으로 당선이 되는 일이 많고 일부 지역사회협의회는 최소 재적 의원을 구성하기가 힘들 정도로 참여율이 떨어졌다.
트리니티·뉴헤븐 지역사회협의회 빌 로저 의원은 “에든버러 전역의 지역사회협의회 대부분 최대 의원 정수를 채운 곳이 없다. 그만큼 주민의 관심이 떨어진 상태고, 주민의 참여가 저조하면 지역사회협의회의 위상이나 권한이 줄어들고 결국 주민의 입장과 의견을 반영할 통로가 점점 좁아지는 듯 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주민총회에서 결정한 사항이 지방의회로 수렴돼 지방정부의 정책과 예산에 반영되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있어야 주민자치회가 활성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부경대 서재호(행정학 전공) 교수는 “주민 중심의 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와 같은 마을 단위 자치기구가 지방정부의 의사결정기구인 지방의회와 직접 연결돼 지방정부의 행정에 직접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독일의 구의회와 스코틀랜드의 지역사회 협의회를 참고해 주민자치회의 권한과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