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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한국군 호르무즈 파병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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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또다시 고뇌에 빠졌습니다. 이제는 물러설 자리가 없는 듯 보입니다. 즉,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불타는 화약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입니다.
지난 4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파병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정부는 P-8A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인 소양함 등 비전투 수색용 자산 파견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갑자기 파병이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닙니다. 지난 2월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전쟁이 발발한 뒤 우리나라는 미국의 끊임없는 파병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 개시 보름 만에 한국과 일본, 중국 등 5개국을 지목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습니다. 각국이 신중한 반응을 보이거나 대놓고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할 때 도움을 주지 않는 동맹’이라고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지난 5월에는 호르무즈 해협 안쪽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 운용 화물선 나무호 기관실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이란의 공격에 노출됐다고 일방적으로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파병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파병 압박에서 벗어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습과 보복으로 이어지는 충돌이 격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또다시 불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면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들은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말했다”는 내용을 슬쩍 끼워 넣었습니다. 그 뒤 사안이 생길 때마다 잊지 않고 거론했습니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 대통령을 몰아넣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뜻 파병을 결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최근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에 개입할 경우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이자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며 최고 수위의 경고를 보냈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섣불리 군사 전력을 보내기도 쉽지 않은 처지에 놓였습니다.
국내 사정도 만만찮습니다. 호르무즈 파병엔 국회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파병 반대 목소리가 거침없이 터져 나올 정도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앞서 지난 5월, 이 자리에서 ‘파병, 이 대통령은 누가 생각날까’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습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에 고심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이번에도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반대를 감수하고 한미동맹을 위해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도 한미동맹을 위해 파병을 결정할까요. 아니면 파병 반대 입장을 고수할까요. 선택은 이 대통령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이란 자리는 고독하고 힘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