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田, 개표 내내 박형준에 리드
- 연제·동래·동구 등 11곳 승리
- 이 중 4곳은 국힘 후보 당선
- 해운대구도 격차 단 1.95%p
국민의힘 우위의 정치지형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당선인이 민선 9기 부산시장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민주당’이 아닌 ‘전재수’를 찍는 교차투표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권자들은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서도, 시장 선거에서만큼은 정당 장벽을 뛰어넘어 전 당선인을 선택했다. 벼랑 끝 혼전 속에서 전 당선인의 독보적인 개인기가 어떻게 부산의 표심을 분화하게 만들었는지 개표 데이터와 권역별 현황을 살펴봤다.
지난 3일 오후 7시30분께부터 시작된 개표는 숨 막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개표 초반 화면을 지배한 것은 전재수 당선인의 압도적인 리드였다. 여당 지지층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함이 먼저 개봉되면서, 전 당선인은 한때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를 10%포인트(p) 이상 따돌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개표 후반부로 접어들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원도심권과 동부산 지역의 본투표함이 열리자 박 후보의 맹렬한 추격전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전 당선인은 선거운동기간 여론조사에서 그랬듯 개표가 끝날 때까지 역전을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보수세가 강하면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해운대구에서도 박 후보에게 몰표를 내주지 않으면서 방어에 성공했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구·군별 개표 데이터를 뜯어보면 전 당선인은 부산 16개 구·군 중 11곳에서 박 후보를 제쳤다. 낙동강 벨트의 핵심인 강서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무려 17.23%p까지 벌어지며 전 당선인의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북구에서도 13.37%p 차이로 박 후보를 압도했다. 이어 기장군(6.31%p), 영도구(5.24%p), 사상구(4.37%p) 등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보수 정서가 강고해 민주당의 ‘금제 구역’처럼 여겨졌던 온천천 벨트(연제·동래)와 원도심(동구)마저 전 당선인이 가져갔다. 연제구에서 1.47%p, 동구에서 1.14%p 차이로 신승을 거뒀고, 동래구에서는 단 0.09%p 차이로 박 후보를 따돌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반면 박 후보에게 밀린 5개 지역(중구 금정구 수영구 서구 해운대구)에서는 철저한 ‘짠물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박 후보가 가장 크게 이긴 중구 조차 격차는 6.02%p에 불과했고 금정구(5.07%p), 수영구(4.53%p), 서구(3.01%p) 등 보수 우위 지역에서도 큰 격차로 지지 않았다. 특히 부산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해운대구에서는 격차를 단 1.95%p로 묶어두며 박 후보의 역전 동력을 차단했다.
이번 부산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유권자들이 정당을 보고 일렬로 찍는 ‘한 줄 투표’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 선거 결과와 기초단체장·지역구 광역의원 선거 결과를 비교해 보면 극명하게 증명된다.
전 당선인은 11개 구·군에서 박 후보를 이겼지만 정작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깃발을 꽂은 곳은 7곳에 그쳤다. 전 당선인이 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던 연제구 동래구 동구 부산진구 등 4곳의 유권자들은 구청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다. 심지어 민주당이 승리한 7곳 중 기장군과 사상구는 무소속 후보 출마에 따른 보수 표심 분열(3자 구도)이라는 반사이익이 작용했던 지역이다. 만약 이 조건이 없었다면 민주당 기초단체장 수는 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광역의원 선거로 가면 교차투표의 현상은 더 도드라진다. 지역구 광역의원 선거구 42곳 중 민주당이 확보한 의석은 단 8석(19%)에 불과하다. 나머지 81%에 달하는 34석은 국민의힘이 싹쓸이했다. 부산 유권자들이 “정권 견제와 안정을 위해 다른 선거는 국민의힘에 맡기더라도, 부산시정의 지휘봉만큼은 전재수에게 주겠다”는 전략적 분리 투표에 나섰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같은 교차투표를 끌어낸 비결은 전 당선인의 투트랙 전략에 있다. 먼저 서부산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 당선인 특유의 ‘물밑 스킨십’이 빛을 발했다. 수차례 낙선하면서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다져온 친근한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골목길 구석구석을 훑는 저인망식 지상전에 집중했다. 그 결과가 북구 등 낙동강 벨트의 압도적 표차로 이어졌다.
반면 민주당 정서가 옅은 해운대·수영구 등 동부산 지역에서는 철저하게 이념을 지우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프레임을 내세웠다.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의 해수부 이전 등 성과를 부각하며 실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은 싫지만 전재수는 일 잘하니 써볼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유연함이 결국 동부산에서의 격차를 최소화하며 전재수 당선의 결정적 열쇠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