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오는 7월까지 선정하기로 하면서 약 2년간 표류하던 대형 수상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선도함은 2032년 해군에 인도하고, 후속함 5척도 2036년까지 전력화한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이 국내 사업을 넘어 해외 대형 잠수함 사업과도 맞물린 ‘전략적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23일 제17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선도함 사업자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되며, 방사청은 내달 말 입찰공고를 내고 5~6월 제안서 평가를 거쳐 7월 중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 7조439억원을 투입해 6천t급 6척을 확보한다. 함정 건조는 통상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당초 2023년 말 기본설계 완료 후 곧바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양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사업자 선정이 지연됐다. 방추위가 지난해 12월 경쟁입찰 방식을 확정한 데 이어 이날 기본계획까지 통과시키면서 사업은 재가동 수순에 들어갔다.
방사청은 “사업이 많이 지연됐지만 최초 계획대로 2036년까지 모든 후속함을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계획하고 있다”며, 상세설계 완료 이후 2028년 말부터 후속함을 조기 발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물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사업비 증액 문제는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이다.
KDDX는 해군 기동함대의 주력 전력으로, 북핵·미사일 및 수중 위협에 대응하는 해상 기반 한국형 3축체계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해양권익을 보호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국내 방산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약 60조 원 규모로 알려진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도 뛰어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KDDX 선도함 수주 결과가 향후 해외 사업에서 ‘기술 신뢰도’와 ‘체계 통합 역량’을 입증하는 핵심 레퍼런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대형 수상함의 전투체계 통합 능력, 일정 준수 경험, 원가 관리 역량 등은 잠수함 사업을 포함한 패키지형 제안 경쟁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힌다. 국내에서의 성공적인 사업 수행 여부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상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DDX는 단순히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 아니라 한국 조선·방산 기술의 종합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라며 “이번 결과가 향후 해외 잠수함·수상함 수주전의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추위는 이날 155mm 사거리연장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탄도수정신관 사업의 체계개발 기본계획과 F-35A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의 추진전략 수정안도 함께 의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원거리 타격 능력과 전술 데이터 처리 및 정밀유도무기 운용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 2년간의 지연 끝에 다시 출발선에 선 KDDX 사업. 7월로 예정된 선도함 사업자 선정이 국내 해군력 증강은 물론, 한국 방산의 해외 경쟁 구도에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