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 초반부터 인선 논란에 휘말리며 시험대에 올랐다. ‘엄격한 공천 잣대’를 공언했던 지도부가 정작 공관위원 검증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23일 국민의힘은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 변호인으로 참여했던 황수림 변호사가 제9회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당초 공관위는 “2021년 당원 가입 이후 민주당 관련 사건을 수임하지 않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려가 제기되자 결국 사퇴로 수습하는 모양새가 됐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공관위원인 김보람 서경대 교수 역시 과거 이재명 대선캠프 활동 이력이 도마에 올랐다. 친한(친한동훈)계 박정훈 의원은 “이재명 선대위에서 본부장까지 한 인사에게 우리 당 공천을 맡길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지도부는 “최고위 논의를 거쳐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추가 인선 검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관위는 이날 곽규택 법률자문위원장과 김영익 중앙청년위 부위원장을 추가 임명했다.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해 ‘법률 전문성’과 ‘청년 대표성’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진화에 나선 셈이다. 동시에 별도의 검증팀을 꾸려 공관위원 인선 전반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메시지와 현실의 괴리다. 앞서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공천 룰 발표 당시 “엄격한 도덕성과 객관적 기준으로 후보를 걸러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관위원 단계에서부터 정치적 이해관계와 과거 이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천의 공정성과 상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은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특히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야당의 경우, ‘정권 견제’ 프레임을 강화하려면 내부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공관위 인선이 오히려 당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흐릴 경우, 향후 공천 심사 과정에서 제기될 각종 탈락·컷오프 논란은 더 큰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향후 로드맵의 관건은 세 가지다. 첫째, 공관위원 인선에 대한 추가 정비 여부다. 김보람 위원 거취 결정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둘째, 검증 시스템의 실효성이다. 별도 검증팀이 상징적 기구에 그칠지, 실질적 필터 역할을 할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셋째, 공천 기준의 구체화다. 도덕성·당 기여도·정체성 적합성 등 평가 항목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따라 논란의 확산 여부가 갈릴 수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사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공천관리위원회의 리더십과 시스템 신뢰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엄격한 잣대’를 내세운 만큼, 그 잣대가 내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향후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초반 인선 논란을 딛고 공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공천 내홍’의 신호탄이 될지는 향후 결정과 대응에 달려 있다.
 |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관위 제1차 회의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