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정부 위한 ‘법령정비 창구’ 마련
- AI검색 도입 국민 편의성 개선할 것
“부산시 파견 근무 때는 시 조례가 상위 법령에 위반되는지 꼼꼼히 챙겼는데 돌이켜보니 아쉽습니다. 지금이라면 상위 법령을 고칠 수 있는지 검토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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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은경 법제처 대변인이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올해 법제처 업무보고를 보면 법제처가 ‘지역 친화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직접 법령정비에 필요한 사항을 제안하는 ‘법령정비 제안창구’를 개설했고, 각종 정부위원회에 지방 추천 위원의 참여를 확대하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법제처의 변화를 모색하고 홍보하는 최전선에 있는 안은경(47) 대변인을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 대변인은 “‘법령정비 제안창구’는 지방정부가 현장에서 느낀 법령상의 불편 사항을 직접 제안하고 관계부처와 논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올해부턴 접수부터 처리까지 단계별 현황을 알리는 서비스도 제공된다”며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활용을 당부했다. 예를 들면 도시공원에서 금지되는 행위(노점을 활용한 상행위, 반려견 목줄 착용 등)는 법률에서 일률적으로 규정해 왔으나 앞으론 지방정부가 공원별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
법제처가 사업부서가 아니기에 일반 국민의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법제처는 올해 3454개 행정법령을 전수조사해 불합리하고 낡은 규제들을 정비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국민도 생활 현장에서 법령 정비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 대변인은 강조했다.
아울러 일상 생활 속에 녹아든 인공지능(AI)이 법제처 법령정보 검색에도 적용된다. 안 대변인은 “그동안엔 검색창에 법령명을 입력해 검색하는 방식이었는데 앞으론 누구나 일상 생활 언어를 사용해 법령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예컨대 ‘우리나라 조미김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싶은데 어떤 법령을 찾아봐야 할까’라고 질문하면 관련 정보를 한번에 알려준다는 것. 이 서비스는 올 연말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개통된다.
부산 북구 만덕동 출신인 안 대변인은 백양초 백양중 경혜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나왔다. 행시 48회로 공직에 입문, 2008년부터 법제처에서 근무하며 경제법령해석1과장,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거쳤다. “꼼꼼한 성격이 법제처 일과 잘 맞을 것 같아 지원했는데 들어와보니 저의 꼼꼼함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라고 웃으며 말하는 그는 공직 경험 중 대변인으로 근무하는 지금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안 대변인은 “여러 법령정보를 찾아 기사를 정확하게 쓰는데 도움을 드리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재작년 계엄 선포와 같이 예상치 못한 사안이 발생해 ‘국무회의 의결정족수’ 등에 대한 혼란이 많았는데 그땐 타 부처 기자분들까지 문의가 폭주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9~2021년 부산시 법제협력관으로 파견된 1년 여의 시간을 두고는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안 대변인은 “당시 부산시행정심판위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일선 현장에서 법령상의 사소한 부주의도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한 예로, 영업정지 처분을 규정한 법령에서 ‘1개월은 30일을 의미한다’ 같은 명확한 규정이 없어 2월은 28일, 5월은 31일 등 처분 시점에 따라 영업정지 일수가 달라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영업자가 많았다는 것. 이에 여러 법령을 통일해 1개월을 30일로 정비하게 됐다고 한다. 지역 현장에서의 경험이 이후 법령을 바라보는 시각을 더 넓히고 민감도를 높였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