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을 두고 24시간 필리버스터 대치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반헌법적 특별재판부 설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위헌 소지를 제거한 수정안이라며 맞섰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상정되자 즉각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고 첫 주자로 장동혁 대표가 연단에 올랐다. 제1야당 대표가 직접 필리버스터 연설에 나선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장 대표는 오전 11시 40분경 ‘헌법학’, ‘자유론’ 등의 서적을 들고 등단해 11시간 넘게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쟁점이 된 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건 등 내란·외환·반란 범죄를 전담하는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고, 구성 방식과 운영 세부사항을 대법원 예규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 대표는 해당 법안을 “이름을 무엇으로 바꾸든 반헌법적 특별재판부”라고 규정하며 “법원이 외부 영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유지해온 임의 배당 원칙을 깨뜨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단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방탄 입법”이라며 “누가 이 법에 찬성했는지 역사는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을 곧바로 내란죄로 단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결정문 어디에도 계엄이 곧 내란죄라는 판단은 없다”며 “절차상 위법이 곧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비상계엄은 약 2시간 만에 종료됐고, 국회의 권한 행사도 불가능해지지 않았다”며 내란 성립 여부는 사법부의 신중한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 대표는 민주당이 내란 프레임이 깨질 것을 우려해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란몰이가 실패해 역풍이 불까 두려워 입맛대로 판결을 좌지우지하려는 공포심의 발로”라며 “내년 지방선거까지 프레임을 끌고 가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안 수정 과정에서 위헌 논란을 충분히 해소했다고 반박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본회의에서 “사법부 독립을 최대한 보장하고 구속기간 연장, 사면·감형 제한 등 헌법적 문제 소지를 제거했다”며 “내란 등 중대 범죄 재판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제도적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안 명칭을 기존 ‘12·3 윤석열 비상계엄 전담 재판부 설치’에서 현행 명칭으로 변경해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이라는 비판을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가장 위헌 논란이 없는 안”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이 지나면 종결 동의안을 상정해 토론을 종료하고 법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장 대표는 토론 강제 종료 시점까지 발언을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